"영어로 의사 표현 잘 안 돼 속상해" 미 유학 안철수씨 일시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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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연하고 있는 안철수 의장. [뉴시스]

안철수(44)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미국 유학길에 오른 지 1년여 만이다. 고려대 강연과 이사회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그를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정식집에서 만났다. 예전보다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안 의장은 미국 생활에 대해 "남들은 1년 내내 논 것으로 알지만 매일 가족들과 함께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바빴다"며 "영어 공부를 주로 했는데 아직 자유롭게 의사 표현이 되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토플과 GMAT(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시험)를 치러 좋은 점수를 받았고,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의 최고경영자 MBA 과정에 합격했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큰 수확이었다고 전했다.

부인 김미경(43)씨는 지난해 워싱턴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딸(17)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안 의장은 "공부와 경영은 똑같이 힘들지만 차이점이 있더라"며 "공부할 때는 고민이 적어서 좋았다"고 크게 웃었다.

안 의장은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경영에서 손을 뗐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신은 회사의 대주주(지분 38%)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다. 그는 "내가 떠나도 회사가 잘 되는 것을 보니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직 사임 후에 정.관계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지만 다른 분야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능력없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는 당분간 공부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뒤의 진로에 대해서는 ▶창업▶안철수연구소 복귀▶교수▶벤처 캐피털리스트 등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벤처 캐피털 업체에서 참관인 자격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진로를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 인터넷 기업은 '탈(脫)권위'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화두가 됐던'웹 2.0(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모델)'이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고 설명했다. 자신이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것도 일종의 '탈 권위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권력이 분산되면 당장 효율이 떨어져도 장기적인 실수는 막을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안 의장은 "나 혼자 회사를 경영했다면 분명히 오만과 자만에 빠졌을 것"이라며 "내가 하는 이 실험이 성공을 거둬 후배 벤처기업인들도 이 길을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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