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에 '천둥' 함성 … 삼성 썬더스, 5년 만에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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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에 4연승을 거두고 5년 만에 정상에 오른 삼성 선수들이 안준호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챔피언 결정전 4연승, 플레이오프까지 7연승.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가 완벽한 승리로 5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삼성은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5~2006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이규섭(23득점.3점슛 5개)과 올루미데 오예데지(30득점.13리바운드)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1위 모비스를 85-79로 물리치고 4연승을 기록, 2000~2001 시즌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역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네 경기 만에 우승팀이 가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에 3연승한 것을 포함, 프로농구 최초로 플레이오프 승률 100%(7전7승)를 기록하는 완전 우승을 달성했다. 삼성은 우승컵과 상금 1억원, 모비스는 5000만원을 받았다.

모비스의 결사적인 수비를 뚫고 삼성의 팀플레이를 조율하며 4경기 평균 17.3득점.6.5어시스트를 기록한 강혁은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70표 가운데 40표를 얻어 이규섭(17표)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강혁은 트로피와 타이틀 스폰서인 KCC가 제공하는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벼랑 끝에 몰린 모비스는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처음으로 수비 전문 선수인 성준모를 기용해 삼성의 강혁을 수비했다. 3차전까지 경기당 20득점.7.7어시스트를 기록한 강혁은 모비스의 집요한 수비에 말려 9득점.3어시스트에 그쳤다. 그러나 강혁을 막는다고 삼성의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규섭이 1차전 때와 똑같이 5개의 3점슛을 넣는 슛 감각으로 삼성의 공격을 주도했다.

모비스의 제이슨 클락이 5반칙으로 물러난 4쿼터 3분. 유재학 감독은 임근배 코치와 의견을 교환한 뒤 벤치에서 쉬던 성준모를 기용했다. 보통 때라면 이창수를 기용했겠지만 외곽 공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밀착수비를 하면서 크리스 윌리엄스의 단독 공격과 장거리포로 6분20초쯤 76-78까지 추격, 작전이 적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규섭의 3점포에 '털썩'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삼성은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모비스에 내줬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전승하며 최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조직력과 서장훈을 중심으로 한 '높이'의 농구로 차례차례 상대를 제압해 단숨에 정상으로 치달았다. 특히 개성이 강한 서장훈은 기용시간의 많고 적음이나 주어진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우승을 위해 헌신, 진정한 삼성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앙일보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서장훈(2m7㎝)-올루미데 오예데지(2m1㎝)-네이트 존슨(1m96㎝)-이규섭(1m98㎝)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높이는 철벽같았다. 모비스는 뛰어난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로 명승부를 연출했으나 삼성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허진석.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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