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앞선 오세훈 측 부자 몸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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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전 의원은 25일 손에 땀을 쥐는 흥행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일주일 뒤 경선대회를 연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이계안 의원이 출마하는데 강 전 장관 쪽의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창과 방패-. 서울시청 진입을 위한 양당 후보의 레이스는 일단 '날선 공격'과 '부자 몸조심'의 형태로 시작할 것 같다.

오 전 의원은 이날 후보자로 확정된 뒤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말자고 우리 당과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확인된 높은 인기를 지방선거 때까지 무난히 이어가겠다는 부자 몸조심 전략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오 후보는 강 전 장관에 비해 모든 여건이 우세하다. 정치 복귀 2주일 만에 그는 당을 평정하고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을 10%포인트 이상 따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를 '강금실을 꺾을 보배'로 귀하게 여기는 이명박 서울시장 쪽의 전폭적 지원이 오 후보에겐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최근 1년간 한 번도 뒤집혀본 적이 없는 한나라당 1위 지지율도 그의 방패 전략의 배경이다. 이런 탓에 오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는)정책선거여야 하고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다"고 말했다. 통상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은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활개 쳤던 것을 상기하면 이례적일 정도다.

3주 전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보랏빛 스카프'의 여유만만한 이미지를 보였던 강 전 장관은 이제 공격적 자세로 바뀌었다. 그는 오 후보가 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를 이끌 시정철학을 얼마나 갖췄는지 내가 본선에서 검증하겠다"고 날카롭게 말했다.

열세에 놓인 강 전 장관 쪽은 오 후보가 자랑삼아 내세우는 도덕성이 그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열린우리당의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때 우유선전에까지 나와 무균 이미지를 강조했던 박찬종 후보가 유신정권을 찬양한 글이 폭로되면서 지지율이 순식간에 15% 깎여 나갔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쪽에선 벌써 오세훈 후보의 과거사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서울시장 도전자인 이계안 의원 측은 "오세훈 후보의 이미지 정치엔 대기업 CEO를 지낸 강력한 추진력과 정책적 능력을 갖춘 이 의원이 천적"이라며 본선 전략을 다듬고 있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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