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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타워 빌딩 실소유주 싱가포르투자청 지방세 169억 추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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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싱가포르투자청의 자회사가 미국계 사모(私募)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사들이면서 세금을 안 내려다가 서울시의 탈세 추적망에 걸려 169억여원의 지방세를 추징당했다.

서울시 세무조사팀이 사상 처음으로 지방세를 내지 않은 외국 법인에 칼자루를 댄 것은 지난해 9월. 한 언론 보도가 단서였다. 론스타가 2001년 6월 스타타워 빌딩을 현대산업개발에서 살 때 취득세 등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론스타는 208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2004년 12월 싱가포르투자청의 자회사인 레코시아(Recosia.이하 R사)가 론스타로부터 빌딩을 매입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스타타워 빌딩의 명목상 소유주는 R사가 출자한 자회사 두 곳. 그러나 이들 회사는 자본금이 각각 싱가포르 2달러(약 1200원)에 불과하고 스타타워를 손에 넣기 1주일 전에 설립됐다. 이들 회사는 스타타워 빌딩 소유주인 ㈜스타타워 주식을 각각 50.01%와 49.99%를 갖고 있다. 부동산을 소유한 회사의 주식 51% 이상을 보유할 경우 취득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두 회사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 기준에 맞춰 지분을 절묘하게 나눠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지분이 51%를 넘지 않아도 상호출자하는 등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의 지분을 합쳐 이 선을 넘으면 취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R사의 두 자회사는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아 형식적으로는 취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세무조사팀은 자회사들이 빌딩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7600억원을 R사가 지급 보증한 사실에 주목, R사가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즉 R사가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빌딩을 손에 넣고도 세금을 안 내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사실상의 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 취득세 153억3000만원에 가산세를 합쳐 169억9000만원을 R사에 부과했다. 서울시가 세금을 고지하기 전 R사는 '과세 전 적부 심사'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R사는 6일 세금을 모두 냈다.

김상우 기자

◆ 싱가포르투자청(GIC)=1981년 5월 설립된 싱가포르 정부 산하 투자기관. 30여 개 국가의 부동산과 주식에 1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9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이후 파이낸스빌딩 등 서울의 알짜배기 건물을 매입하며 대표적 외국인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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