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대혁신 어떻게…『성적 없는 성적표』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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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교육의 화두는 ‘효율’이었다.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같은 학년에 모아놓고 같은 교육을 시킨 것도 양질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객관식 시험 역시 평가 시간을 더욱 줄이려는 의도의 산물이었다.

효율에 치중한 교육은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점을 야기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은 학점과 점수 아래 묻혀버렸다. 양질의 노동력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낙오자는 논외로 취급됐다. 객관식 시험만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했다. 근대의 교육 방식이 오늘날 공교육 시스템에 그대로 이어진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교육개혁에 착수했다. 100대 명문 사립고들이 역량 중심 성적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역량 중심 성적표는 기존 성적표와 달리 과목명과 과목별 점수를 표기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갖고 있는 역량의 수준을 알려준다.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복합적 의사소통, 리더십과 팀워크, 디지털/양적 리터러시, 세계적 시각, 적응력/진취성/모험 정신, 진실성과 윤리적 의사 결정, 마음의 습관/사고방식 등 평가하는 역량은 8가지다. 역량 중심 성적표를 보면 8가지 역량 중 어떤 역량이 뛰어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역량 중심 성적표는 역량 중심 교육을 전제한다. 역량 중심 교육은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학생의 이해도에 따라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므로 낙오되는 학생을 끝까지 책임진다. 결과 위주에서 과정 위주로 평가를 진행하면서 학습의 현황을 심도 있게 파악해 숙련도를 향상시킨다.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바뀐다.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를 펴낸 류태호 교수의 두 번째 저서다. 이전 저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개괄한 개론이었다면, 『성적 없는 성적표』는 그 연장선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깊이 파고드는 일종의 각론이다. 저자는 먼저 역량 중심 성적표 도입을 준비하는 미국 교육계의 최근 동향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고는 공교육 시스템의 기원과 미래 교육의 방향을 소개하면서 역량 중심 교육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교육 플랫폼, 빅데이터에 기반한 학습 분석 프로그램, 역량 관리를 위한 디지털 배지와 e-포트폴리오, 사회적 학습과 평생교육 등 역량 중심 교육의 실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예시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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