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헌법재판소가 해야할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헌법재판소 소장과 재판관들의 인선이 거의 매듭 단계에 있어 멀지 않아 헌법재판소가 문을 열게된다. 제1공화국 탄생 후 지금까지 위헌심판 등을 다루는 헌법기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정치권의 영향으로 명맥만 유지했을 뿐 유명무실로 제구실을 못해오다 새 헌법에 따라 명실공히 새 면모를 갖춘 헌법재판소가 설치되게된 것은 퍽 다행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고 보장하는 국가기관이다. 위헌법률심사권을 통해 입법부의 위헌입법행위를 무?화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의 최고법규성을 보장한다. 헌법과 법률이 충돌할 경우 위헌법률을 바로 잡아줌으로써 국회의 제정법 만능주의를 억제시키고 국회의 입법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뿐만아니라 행정부와 정당의 활동과 행위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 행정부 공무원을 탄핵하고 위헌 정당을 해산시킴으로써 정당과 공무원의 위헌행위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도 한다. 또 앞서 여야간에 크게 논란이 되었던 구인제가 입법화되었을 경우 이제도가 헌법의 3권 분립주의 정신에 어긋난 입법권의사법권에 대한 침해인가 여부를 가려내 권력의 균형과 억제의 기능도 수행한다.
이밖에도 앞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중앙행정기관과 시·읍·면 등의 자치권과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과 국민의 헌법소원에 대한 심판도 내린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권능은 헌법수호와 기본권 보장, 권력통제기능 등 실로 막중하고 앞으로 민주화추진과정에서 감당해야할 시대적 사명과 파업이 적지 않다.
첫째로, 구 정권 아래에서 인권침해 등 숱한 폐해를 남았던 개혁입법등 반민주악법과 정치성 법령의 정비와 반정부 사범 등을 다루는데 곧잘 악용돼왔던 법률의 폐지도 시급하다. 집시법과 국가보안법, 사회안전법 등의 위헌여부를 따지는 것도 1차적인 과업이 되어야할 것이다.
둘째로, 헌법의 수호기관답게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외에 정당해산과 탄핵의 심판에서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해석과 균형잡힌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시대정신은 민주화인데 구시대의 낡은 시각과 인식을 가진다든가, 법조문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얽매임으로써 문명의 포로가 되거나 고루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셋째로,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어디까지나 초연한 입장과 운신을 견지해야 한다. 과거 헌법위원회처럼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법정으로 타락해 위헌판결을 활발히 못하고 있으나마나한 기관으로 전락한다면 그것보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의 궁극적 수호자는 결국 국민에 귀결되지만 국민은 미조직적 수호자에 불과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의 의지와 헌법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판관들의 투철한 인권의식과 사법철학이 앞으로 헌법을 잘 수호하느냐의. 관건이 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째는, 현행 헌법재판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고 문제점을 시정, 보완해야한다. 상임-비상임으로 이원화되어있는 재판관을 모두 상임화해야 하고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시정되어야 한다. 헌법의 해석은 고도의 균형잡힌 지식이 요구되는데 법학교수의 재판관 참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또 법원의 재판도 국민의 헌법소원 사항에 포함시켜야 한다. 입법과 사법작용은 소원대상으로 하면서 법원의 재판만 제외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법원의 확정판결이라 하더라도 이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시정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것이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이지만 불합리하고 잘못된 제도의 개선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