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러시아 월드컵에선 한국 '도시락'과 전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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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서 보안 담당자가 무선와이파이 모뎀을 찾고 있다. 임현동 기자

22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서 보안 담당자가 무선와이파이 모뎀을 찾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과 미디어센터에서는 FIFA에서 허가한 무선 장치 외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선 전자장비는 사용할 수 없다. 개인이 가지고 온 무선장비를 실행시키면 미디어센터나 경기장에 설치한 무선와이파이와 충돌돼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 미디어센터. 임현동 기자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 미디어센터. 임현동 기자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 미디어센터에서는 FIFA에서 설치한 공용 무선와이파이이나 랜 선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전송속도는 한국같이 빠르지는 않지만 큰 파일을 보내는 사진기자나 영상 기자도 전송속도에 대해 큰 불만이 없는 상태다. 미디어센터를 나가서 호텔이나 거리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정말 느리기 때문이다.

[임현동의 월드컵사진관]

기자들은 미디어센터를 들어가기 위해 검색대를 통과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는 보안요원들이 기자들의 가방 하나하나 자세히 살피며 무선와이파이 모뎀을 찾아 압수한다. 물론 경기가 끝나고 미디어센터를 나갈 때 돌려준다. 한국 기자들이 사용하는 무선와이파이 모뎀은 크게 두 종류다. 우주선 모양과 도시락같이 사각형으로 생긴 모뎀이다.
 한 기자가 처음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우주선 모양의 와이파이 모뎀을 압수당했었다. 보안요원들은 한국 기자들을 보면 집중적으로 우주선 모양의 와이파이 모뎀을 찾으려고 소지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조사한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서 보안 담당자가 무선와이파이를 찾고 있다. 노트북에 신호가 보인다. 임현동 기자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서 보안 담당자가 무선와이파이를 찾고 있다. 노트북에 신호가 보인다. 임현동 기자

미디어센터에서는 검색대에서 찾아내지 못한 와이파이 모뎀을 보안담당 직원이 직사각형 모양의 전파탐지기를 가지고 찾아다닌다. 한국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와이파이는 영어로 ‘Dosirak(도시락)’이라고 뜬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모 기업이 수출한 도시락 라면의 인기가 매우 높다.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은 한국의 도시락 라면을 안다고 한다. 심지어 러시아에서 나오는 즉석라면의 모양도 거의 도시락 모양의 사각형이다. 보안담당관은 와이파이 모뎀 이름이 도시락으로 뜨는 것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 기자의 무선모뎀을 찾아낸 후 무선와이파이 모뎀 이름이 ‘Dosirak(도시락)’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참 동안 웃었다.

무선 와이파이모뎀의 스위치를 끄자 신호가 사라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무선 와이파이모뎀의 스위치를 끄자 신호가 사라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노트북 와이파이 검색에서 한국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와이파이 모뎀이 표시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80622

노트북 와이파이 검색에서 한국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와이파이 모뎀이 표시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80622

한국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무선와이파이 모뎀. 이름이 '와이파이 도시락' 이다. 임현동 기자

한국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무선와이파이 모뎀. 이름이 '와이파이 도시락' 이다. 임현동 기자

미디어센터에는 경기장마다 다르지만 약 450석의 좌석과 책상에는 전원코드와 랜 선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무선으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편의시설로는 개인 사물을 보관할 수 있는 캐비넷과 쉴 수 있는 소파가 마련되어 있다. 긴 책상마다 설치된 TV에서는 러시아 다른 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여준다. 빅 매치가 있는 날이면 여러 나라에서 온 기자들은 함께 TV 중계를 본다. 골이 터지거나 아쉽게 슛이 빗나가면 환호와 탄식 소리가 미디어센터에 울려 퍼진다.

로스토프나도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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