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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 4만 명, 인정은 839명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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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호 08면

내전을 피해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내전을 피해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최근 제주도에 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들어온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난민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난민 신청자는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급증해 4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로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4%에 불과하고 난민 인정률도 난민법 시행 후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통계로 본 한국 난민 정책 #1994년 첫 난민 신청 접수, 매년 증가 #절반만 심사 종료 … 인정 비율 4% #파키스탄 가장 많고 중국·이집트 순 #담당 공무원 39명, 결정에 2~5년 #난민 인정돼도 취업 등 제한 많아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 4월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후 올해 5월까지 난민 신청자는 4만470명에 달한다. 2010년까지 한 해 평균 171명이던 난민은 난민법 시행 이후 2014년 2896명, 2015년 5711명, 2016년 7514명에 지난해에는 9942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신청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인구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0.02%로 폴란드·포르투갈(0.01%), 일본(0.02%), 헝가리(0.03%) 등과 함께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올해는 지난 5월까지 7737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해 지난해 동기 대비 132%나 늘었다. 법무부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청자는 1만8000명, 2021년 누적 신청자는 1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실제 난민 인정에는 인색한 편이다. 난민 신청자 4만470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2만361명에 대한 심사가 종료된 가운데 839명(4.1%)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이는 세계 평균(3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게다가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까지 평균 10.8%였던 인정률은 2014년 3.9%, 2016년 1.8%로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들 외에 1540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모두 2379명(11.7%)이 국내 체류 중이다.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1차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7개월이 걸렸다. 법무부 1차 심사에서 불인정 통지를 받을 경우 이의 신청을 통해 2차 심사를 받을 수 있고, 여기서도 거절 통지를 받으면 법무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는 2~5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담당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난민 신청자가 1만8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전국을 통틀어 39명뿐이다.

난민 신청자 국적은 파키스탄이 47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4253명), 이집트(3874명), 카자흐스탄(3069명), 나이지리아(2031명), 인도(1935명), 방글라데시(174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5월까지는 카자흐스탄(1천259명), 인도(656명), 러시아(654명) 순이었고 예멘은 552명으로 6번째로 많았다.

이 중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미얀마 출신이 26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에티오피아(119명), 방글라데시(104명), 파키스탄(59명), 이란(41명) 순으로 집계됐다.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는 총 982명이었는데 이 중 2.3%인 23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36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난민 신청자는 신청한 지 6개월이 지나면 단순 노무 직종에 한해 취업도 할 수 있다. 지난해엔 5944명이 취업했다. 취업이 제한되는 초기 6개월 동안에는 가구당 월 21만~138만원의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실제로 생계비를 지원받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난민 신청자 9942명 중 436명만 생계비를 받았고 지원 기간도 평균 3개월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최근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제적 이주자와 불법체류자가 난민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들이 체류 연장의 방편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급증함에 따라 심사를 더욱 엄격히 하는 한편 허위 난민 신청 알선 브로커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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