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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소금 … 그리고 모차르트 초콜릿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89호 32면

『잘츠부르크』

저자: 박종호 출판사: 풍월당 가격: 1만7000원

저자: 박종호 출판사: 풍월당 가격: 1만7000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불과 15만 명이 사는 도시에 대한 안내서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잘츠부르크 하면 떠오르는 여름 페스티벌과 모차르트의 고향만으로는 펼쳐 낼 수 없는 분량이다. 풍월당 박종호 대표가 매년, 햇수로 15년 넘게 방문한 잘츠부르크를 조목조목 풀어냈다. 풍월당의 문화 예술 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도시 안내자로 “문화와 예술을 찾아 한 시기에 유럽을 편력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저자가 직접 나섰다. 그에게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지만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는 영감이 솟아오르게 하는 곳”이고, “세상을 보는 시각과 기준을 만들어 준 도시”다. 오랜 세월 다져진 저자의 취향에 기대어 도시의 숨은 이야기와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보지 않았더라도, 한여름에 펼쳐지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다. 저자는 이 페스티벌이 음악제라기보다, 음악ㆍ오페라ㆍ연극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제라고 강조한다. 7월 말부터 5주간에 걸쳐 열린다. 페스티벌에서 단 한 편의 공연만 볼 수 있다면 저자는 연극 ‘예더만’을 권한다. “잘츠부르크가 아직 갈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올해에도 ‘예더만’으로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고 할 정도다. 1920년 창설 때부터 페스티벌의 개막은 이 연극으로 시작했다.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지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함께 페스티벌을 만든 후고 폰 호프만슈탈이 쓴 오리지널 희곡 작품이다. 어느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 부호가 갑작스런 죽음을 앞두고 저승길 동행자를 찾는데, 아무도 동행하려 하지 않는 가운데 마지막에 그의 손을 잡아준 이는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의인화한) 선행이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예술의 가치는 겉모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올바른 정신성에 있고, 그것을 잊지 말자고 그들은 100년 동안 한결같이 이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의 도시 잘츠부르크의 토대를 만든 것은 소금이다. 잘츠부르크를 직역하면 ‘소금(Salz) 성(Burg)’이다. 내륙 지방에서 귀하디귀한 암염이 많았다. 저자에 따르면 한동안 로마 교황도 잘츠부르크의 소금만 먹었는데, 독살용으로 쓰이던 비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비소가 소금과 비교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보니, 교황청에서는 대주교가 관할하는 잘츠부르크의 소금을 신뢰했다. 교황청의 신임을 받은 소금의 판매 수익은 엄청났다. 현재 시내에서는 암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저자가 소개하는 적당한 가게는 ‘잘츠부르크 잘츠(Salzburg Salz)’다.

오스트리아 여행객들이 흔히 사오는 모차르트 초콜릿의 오리지널은 금빛에 빨간 종이로 싸인 것이 아니라, 은빛에 파란 종이로 싸여 있다고 한다. 생과자 기술자인 파울 퓌르스트가 1890년 만든 것으로, 1905년 파리 국제 무역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의 증손자인 마틴 퓌르스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카페 퓌르스트’에서 이 초콜릿 과자를 만날 수 있다.

잘츠부르크와 인연을 맺은 예술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잘츠부르크의 주요 공연장한 설계한 건축가 클레멘스 홀츠마이스터, 친나치 행적으로 비난받은 지휘자 카를 뵘, 시내 곳곳에 작품을 남긴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 잘츠부르크에서 360곡에 달하는 곡을 작곡했다는 작곡가 요한 미하엘 하이든 . 잘츠부르크에 가야할 이유가 316쪽에 빼곡하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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