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강도 넘치는 LA … 송도신도시는 어떨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89호 32면

책 속으로 

도둑의 도시 가이드

도둑의 도시 가이드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열림원

“1990년대 로스앤젤레스는 ‘은행 강도의 세계 수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은행 강도가 가장 기승을 부렸던 시기에는 평일 45분마다 은행 하나가 털리는 수준이었다.”(80쪽)

왜 로스앤젤레스에는 그렇게나 은행 강도 사건이 많았을까.

“뉴욕 맨해튼은 단단한 기반암 위에 자리한 도시인 반면, (90쪽) 로스앤젤레스는 사양토 위에 들어섰다. (89쪽) (고층빌딩이 즐비한 맨해튼과 달리) 로스앤젤레스는 900마일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고속도로와 2만1000마일에 이르는 복잡하게 얽힌 도로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고속도로 출구 또는 입구 가까이 은행이 있다. 이쯤 되면 이 광활한 시스템을 알뜰히 써먹고 싶은 사람들이 등장하게 마련이고, 그곳에 딱 맞는 범죄가 꽃피는 법이다(80쪽).”

로스앤젤레스식 은행 강도 유형을 저자는 ‘들러털기(stop-and-rob)’라고 부른다. 도시와 범죄의 특성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은 첨단 장비를 갖춘 항공지원단(헬기)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책은 범죄(도둑)를 통해 도시 설계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게 가능한 건 “도둑은 설계된 모든 건물에 대해, 그 건물에 침입하고 보안에 대한 건축가의 절대적인 감각을 약화시킬 계획을 어딘가에서 세우고 있는 사람들”(315쪽)이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건축 전문 블로거로 활동해온 저자는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의 매체에 건축, 환경, 범죄에 관한 글을 써왔다. 책은 미국 CBS 방송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다.

책 중간에 짧지만 한국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스마트 시티’에 관해서인데, 저자는 “단 한 개의 금고만 털면, 도시 전체 운영시스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99쪽)고 경고한다.  송도 신도시 얘기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