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공산당 한국인정 발언 속셈|「사·공 싸움」에 한반도 끌어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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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공산당이 한국정부승인이라는 대담한 정책전환과 함께 또다시 제1야당인 사회당을 맹렬히 공격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사공간의 노선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공호당 「무라카미」위원장이 8일 「조선문제에 관한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상임간부회의 견해」라는 장문의 성명서를 통해 사회당이 한국과의 관계 교류를 모색하면서도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공산당은 더 나아가 랑군테러사건이나 KAL기테러사건을 감싸고 도는 사회당의 자주성이 모자란 측면과 시종 북한에 추종하는 측면을 다시 끌어내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그것으로 인해 한국당국의 경멸을 사고있는 사회당은 일본야당으로서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지난해 KAL기 사건 이후 거의 8개월만의 침묵을 깨고 공산당이 공개리에 사회당을 질타하는 것을 두고 동경외교가는 최근 북한건국 기념일에 맞추어 「야마구치」 서기장을 평양에 파견한 사회당 외교력의 허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있다.
북한과의 돈독한 파이프를 이용해 일본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억류 일본인 석방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당은 만약 이 문제가 잘 풀리기만 한다면 사회당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유일한 호기로 여기고 있다.
북한의 KAL기테러사건으로 세계의 여론이 크게 악화되었던 지난 1월과 2월 사회당이 『진상은 불명』 또는 『북한이 무슨 이득이 있다고 테러를 했겠는가』라고 적극적으로 북한을 옹호하고 나섰을 때 공산당은 당기관지(적기)를 통해 『북한이 KAL기테러를 저질렀음을 확신한다』고 못박고 사회당의 대북한지지일변도정책을 맹렬히 비난했다.
당시 일본공산당은 북한의 테러리즘이 공산당과 무조건 연결지어질 것을 크게 우려했다. 공산당은 북한의 테러에 침묵을 지키는 사회당을 표면에 끌어내 유권자들의 사회당 이탈을 노리며 공산당의 기반구축에 전념하는 계기로 삼았다.
공산당은 패권주의적 간섭과 국가테러주의·김일성주의 절대화 노선을 걷고있는 북한과 사회당과의 밀착관계를 클로스업 시켜 고발하고 공산당쪽으로 유권자들의 호감을 끌어모으려 하고있다.
사회당과 공산당은 한반도문제를 인기를 재는 정치적 상품으로 굴리고 있다. 여기에는 자기당의 편익에 따라 남북한문제를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대국적 근성이 도사리고 있다.
6·25한국전쟁문제에 대해 사회당은 과거 『북한의 침략』이라는 입장에서 『미군의 침략으로 시작된 것』(74년)이라는 정반대의 견해로 돌아선데 반해 공산당은 8일 발표한 「견해」에서 『북한이 군사행동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일기본조약에 대해 사회당은 이를 폐기해야한다는 공식입장을 지속시켜 온데 비해 공산당은 과거 『폐기』에서 『개정』의 필요성으로 전환했다. 사회당은 주한미군의 『즉시 철수』라는 북한 노동당 입장에 동조해 왔으나 공산당은 『남북통일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가 전제조건은 되지 않는다』로 물러났다.
사회당도 한반도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나 얽히고 섥힌 파벌때문에 늘 엉거주춤하고 있으나 공산당은 현실화 정책에 전혀 이견이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산당의 그같은 일사불란한 견해에는 정치적 실익에 따라 또는 상층부 간부 한사람의 의견에 따라 한국을 잡아당기거나 떠밀어 버리는 격변의 위험요소가 내재되어있다. 【동경=최철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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