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열광 속 80분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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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양·북경 외신종합=본사특약】북한은 9일 정권수립 40주년을 맞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였다.
행사에 참석한 군중은 50만∼1백만명에 달했으며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2시간에 걸쳐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지난 83년 북한정권수립 35주년 기념식 이후 최대규모였다고 안내원이 말했다.
카드섹션의 하이라이트는 밴드가 연주되는 가운데 카드와 꽃다발을 든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김일성의 초상화와 일련의 그림들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들 중 하나는 한글로 『미제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쓴 그림이었는데 북한관리는 이 그림이 만들어지자 외국인들에게 열성적으로 이를 번역해 주었다.
또 하나의 카드섹션은 『고려연방공화국을 창건하자』는 내용이었다.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명된 47세된 아들 김정일은 김일성과 함께 로열석에 앉아 있었다.
보안은 철저했고 출입통제검문소 관리들은 초청장을 보여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 대한 검색은 심하지 않았다. 방문사절들 중에는 많은 동구인사들과 아프리카·아시아인사들도 보였다.
김일성의 목뒤의 혹은 눈에 띌 정도로 크게 자라있었다. 서방기자들은 이 혹이 양성종양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관리들은 이에 대해 설명을 거부했다.
김일성은 이날, 지난해 여름 중병을 앓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앞에서 1시간20분에 걸쳐 장시간 연설했다.
이날 기념식엔 6개국 국가원수들을 비롯, 세계 1백개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북경주재 외교관들은 북한중앙통신이 외국사절들의 이름을 열거할 때 「양산쿤」(양상곤)중국국가주석을 가장 먼저 거론했으나 「체브리코프」 KGB의장이 인솔하는 소련사절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북한은 소련이 국가수반인 「안드레이·그로미코」를 보내지 않은데 불쾌했을 것』이라고 한 외교관은 말했다.
한편 중국과 소련소식통들은 북한이 서울올림픽을 교란시키려고 기도하지 않겠다고 중·소에 보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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