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 모신「바다제」로 안녕 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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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요일인 4일 오후 부산 수영만일대의 요트 하버.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조금전 이곳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열고 요트경기 정을 조립하는 50여명의 외국선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소련여객선 미하일 숄로호프호를 타고 부산항에 입항, 3일 오후 선수촌에 등록을 마친 소련선수들도 6대의 컨테이너를 차례로 열고 요트정 손질에 여념이 없다.「발레리·추마코프」코치(48)는『오늘 오전에 수영만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훌륭한 시설이다. 요트정 조립을 마치는 대로 내일부터라도 적응훈련을 실시하겠다』며 콧잔등에 흐르는 빗물을 닦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요트경기에 출전하는 각국선수단은 요트정을 분해해 컨테이너 편으로 수송하고 있으며 수영만 하치장에서 이를 인수한다.
지금까지 모두 70대의 컨테이너가 이곳에 적치됐으며 이날 하루동안에도 소련. 서독·스페인 등 3개국 컨테이너 13대가 속속 도착, 대회출전이 임박한 부산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소련선수들의 뒤편에서 역시 경기정을 손질하던 서독의「토마스·슈미트」선수(29·핀 급)는『컨테이너는 빨리 도착했지만 나머지 짐들이 통관에서 밀려 부속품을 늦게 찾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경기장에서 차편으로 10분 거리인 해운대 한국콘도미니엄 선수촌. 막 입국한 각국선수들이 호텔로비에서 입촌에 따른 방 배정을 위해 운영본부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로 시끌시끌하다.
네덜란드 영인 남미의 쿠라사오 섬에서 온「얀·보에르스마」선수(20·디비젼2급) 등을 비롯해, 이날 하루 지금까지 가장 많은 17개국 87명의 선수단이 입촌을 완료했다.
지난 3일 오전 안상영 부산시장·김옥진 서울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촌식을 가진 이 선수촌에는 6일까지 전체예상 참가선수단(64개국 6백62명)의 절반을 훨씬 넘어선 43개국 5백6명이 입촌,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과는 별도로 성화봉송·개폐회식을 거행하는 부산 요트경기 운영본부는 선수촌의 개촌으로 막바지 마무리 준비에 돌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5월부터 합동연습을 실시해온 개폐회식 공개행사 출연진은 비가 오는 이날에도 경기장 내 광장에서 안무연습을 벌이는 등 최종점검에 안간힘을 쏟고있었다.
영도여상학생들을 마이크를 통해 지도하고 있던 허영길 공개행사 총 연출자(48·연극인)는『부산의 공개행사는 서울올림픽의 취지인 화합과 전진의 형상화 뿐 아니라 바다의 진취적인 기상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13개 단체 2천7백여 명이 연출할 공개행사는 요트 인들의 승부를 앞두고 용왕을 청해 안녕을 기원하는「바다제」, 화합과 전진의 한마당 풍물 북판놀이「화합의 길」, 뱃사람들의 진취적 기상을 살린「파도를 넘어서」등 전통문화와 해상경기의 특성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와 함께 오는 19일 개회식에 봉송될 성화는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 17개구간 18·2km를 달려 수영만 성화대에 점화될 예정이다.
요트경기는 바람과 파도·조류 등 까다로운 기상조건 속에 진행되며 치밀한 대회준비와 고도의 운영기술을 필요로 하는 특성과 함께 가장 많은 시설과 장비·인력이 따른다.
서울올림픽조직위(부산사무소)의 경기준비는 이미 완료된 상태.
그 동안 6백억여 원의 시설비가 투자된 수영만 경기장은 육상 14만2천 평방m, 해상 10만 평방m 등 24만 평방m의 방대한 구역 내에 1천3백64척의 요트계류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육상에는 연 건평 6천4백12평방m의 대회운영본부 건물을 비롯해 계측실·동력실·프레스센터·광장 등이 자리잡아 선수촌 개촌과 함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해상에는 부잔교 8열 9백54m와 방파제 1천3백56m를 건설, 입지적 조건과 시설규모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외국선수들의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최신 자동기상 관측장치를 동원해 요트경기진행에 중요한 기상실을 지난달 22일 운영, 각국선수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곳에 지원 나온 안명복 부산기상대 대장(60)은『기상실은 대회기간 중 매시간 경기장 코스별로 풍향·풍속·파고·파도의 주기, 조류의 방향·속도 등을 예보하게 된다』며『정확도는 90%정도』라고 소개했다.
조직위의 대회운영본부 요원은 경기부원 1천5백35명, 지원부 5백52명, 행사부원 7백67명, 선수촌 7백12명 등 소요인력 3천5백66명을 모두 부서 별로 배치했다.
대회기간 중 경기운영 청에 탑승해 대회진행을 담당할 자원봉사대원 4백여 명은 그 동안 배멀미 등 고초를 겪어가면서도 탈락자 없이 연습을 차질 없이 진행해왔다.
이들은 40척의 경기운영 정에 나누어 타고 경기시작 신호·거리측정·반칙감시등 역할을 하게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외국전문가를 초청, 2주일간 이들에게 전문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수영만일대의 오염방지를 위해 부산시 올림픽준비위원회는 그 동안 경기장주변의 1백53개 매연배출 업소에 대해 구청직원을 고정 관리책임자로 지정해 감독토록 하고 요트경기장 상류인 수영천에 폐수를 배출하는 1백80개 업소에 대해서도 주1회 이상 확인점검을 실시, 오염도에는 더 이상 하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배수용 운영본부 사무소장은『요트경기가 서울에서 따로 떨어져 인력·물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그러나 현재 준비상황은 99·9%』라고 장담했다.
한편 부산시는 그 동안 선수·임원 및 관광객 맞이를 위해 관광 호텔 등 6백68개소를 중점관리 업소로, 음식점 등 1만3천6백95개소를 기타업소로 지정해 주방·화장실·객강 등의 위생관계를 중점적으로 단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관계업주들은『있는 그대로를 보이지 않고 겉치레를 위한 과잉단속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있다』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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