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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 이번엔 중단, 주한미군에 영향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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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 내 국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을지 훈련 시작일을 맞아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 내 국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을지 훈련 시작일을 맞아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한ㆍ미 양국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합 군사훈련의 잠정 중단을 발표하며 동북아의 붙박이군이던 주한미군이 분기점을 맞고 있다.

양국 국방부는 19일 공동성명을 통해 방어적 성격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suspend)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연합훈련 중단을 알리면서 “(훈련을) 멈추겠다(stop)”는 표현을 썼지만 양국 국방부는 “유예한다”고 명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유예는 비핵화 조치와 북ㆍ미 대화에서 북한의 성의가 안 보이면 다시 훈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방어적(defensive) 성격’이라는 문구도 포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연합훈련에 대해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다르다. 외교 소식통은 “펜타곤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그래서 ‘방어적’이라는 표현을 꼭 넣자고 우리 측에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이 일시 중단된 것은 1992년 팀스피릿 훈련 이후 처음이다. 당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한ㆍ미가 취한 조치였다. 그러나 팀스피릿 훈련은 다음해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지며 재개됐다. 앞서 1990년엔 미국이 걸프전에 참전하면서 UFG의 전신인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이 한 해 취소된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군 6항공전단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의 일환으로 한ㆍ미 해군 연합 활주로 피해복구훈련(FTX)이 실시됐다.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 활주로 일부가 파손된 상황을 가정해 해군 6전단 시설대대 장병과 미군기동건설대대 소속 장병으로 구성된 한ㆍ미 연합군이 활주로를 복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군 6항공전단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의 일환으로 한ㆍ미 해군 연합 활주로 피해복구훈련(FTX)이 실시됐다.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 활주로 일부가 파손된 상황을 가정해 해군 6전단 시설대대 장병과 미군기동건설대대 소속 장병으로 구성된 한ㆍ미 연합군이 활주로를 복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UFG는 전면전을 상정해 여는 대규모 연합훈련이다. 실제 전력이 야외에서 움직이는 기동훈련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지는 지휘소 연습이다. 그럼에도 주한미군은 물론 한반도 유사시 증원군으로 오는 미군 부대의 참모진이 대거 참가한다. 지난해 UFG엔 미군 증원군 3000명이 참가했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부장은 “매년 상반기에 전입해온 주한미군이 UFG를 통해 한반도의 전장 환경을 익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UFG는 단순한 도상훈련 차원이 아니다. 동일한 지휘소연습인 키리졸브보다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UFG 잠정 중단을 놓곤 찬성 속에 우려도 나온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그동안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북한의 행동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연합훈련 중단은 잘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UFG 중단은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당근이 될 수 있다는 논지다.

UFG 잠정 중단에 따라 향후 다른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북ㆍ미가 비핵화 대화를 이어가는 한 내년 상반기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도 중단될 게 거의 확실하다. 국방부 당국자는 “연합훈련은 규모와 성격이 다양하고 그 숫자만 수백 개가 된다”며 “모든 연합훈련을 놓고 미국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UFG와 같은 대규모 연합훈련뿐만 아니라 부대별로 하는 소규모 연합훈련도 향후 일시중단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연합 군사훈련의 잠정 중단은 장기적으론 주한미군이 주둔할 이유를 희석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2만8500여명 규모의 미군 병력이 매년 상·하반기 핵심적인 대규모 훈련을 보류하면서 계속 주둔하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합훈련 중단은 결과적으론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론으로 이어지며 그간 동북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차단해왔던 주한미군의 방어벽 역할을 없애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연합훈련 중단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와 연계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까지 들고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향후 북한이 북ㆍ미 대화에서 주한미군을 의제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과 공조를 강화해 이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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