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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려 연신 엄마 찾는 아이들…격리 이민아동 음성파일 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빠~!”
“엄마~!”
미국 비영리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18일(현지시간) 불법이민자 부모와 격리된 10세 이하 아동들의 음성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하면서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부모만을 애타게 찾을 뿐 음식조차 삼키지 못하는 듯한 어린아이들의 울음 섞인 소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조치의 비도덕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美 프로퍼블리카가 입수해 보도, 중남미 출신 4~10세 아동 추정 #“아빠 추방하지 마라” “이모에게 전화해 달라” 호소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은 약 8분짜리다. 앳된 목소리로 흐느끼는 아이들에게선 공포감이 묻어난다.
“아빠를 추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힘없이 울면서 연신 “아빠”만 찾는다.
“이모가 날 이모 집에 데려다줄 거예요. 내가 번호를 외워요. 34 72….” 한 아이는 이모라고 부르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대며 전화를 걸어 달라고 애원한다.

“엄마는 이모가 날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이모랑 함께 가고 싶어요. ”

지난주 엄마와 떨어져 이곳에 온 6살의 앨리슨 지메나 발렌시아 마드리드는 나눠주는 음식도 거부한 채 이모에게 전화해달라고 호소한다. 영사관 직원이 전화를 걸어 준다며 달래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녹음파일에는 이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여기 오케스트라가 있다”라고 말하는 미 국경순찰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조롱도 담겨있다.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부모와 함께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 붙잡혀 미 이민 당국에 의해 임시로 격리, 보호되고 있는 10명의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남미 출신 아동들이다. 나이는 4~10살 사이로 파일은 이들이 부모와 떨어진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됐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

이 녹음파일은 앞서 미 당국이 공개한 텍사스주 맥앨런의 임시 수용시설 영상과 함께 소셜 미디어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맥앨런 영상에선 닭장 모양의 철망 안에 있는 이민자들이 은박지처럼 생긴 절연 담요를 덮고 매트리스나 바닥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곳에 수용된 1000명 넘는 이민자 가운데 상당수는 아동이라고 한다.

온두라스에서 온 2살배기 소녀가 미 국경순찰대원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다. [존 무어]

온두라스에서 온 2살배기 소녀가 미 국경순찰대원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다. [존 무어]

사진기자 존 무어가 국경지대에서 찍은 한 사진도 논란이 되며 많은 사람의 동정을 사고 있다. 온두라스 출신 한 여성이 미 국경순찰대 차량에 두 팔을 짚고 돌아서 있고, 순찰대원은 몸을 수색하는 듯한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여성의 옆에는 겁에 질린 듯 울고 있는 2살배기 여자아이가 함께 찍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나는 그녀의 울음을 멈추고 싶었다”라는 제목으로 이 사진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의 상징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부모-자녀 격리 정책과 관련 쏟아지는 비난에도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나라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갱단을 포함한 범죄조직과 폭력배들이 일으키는 살인, 범죄에 대한 항의는 왜 없느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미국은 이민자 캠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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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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