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권정부 초대 총리 지명자 알말리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라크 주권정부의 초대 총리로 22일 자와드 알말리키(56.사진)가 낙점받았다. 이라크 의회는 22일 쿠르드계인 잘랄 탈라바니 과도정부 대통령을 초대 주권정부 대통령에 선출했으며 그는 이날 알말리키를 총리로 지명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축출 이후 3년여 만에 세워지는 이라크 주권정부에서 총리는 행정을 총괄하는 실세다.

그가 지명되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라크 인구의 다수인 시아파 출신으로 평소 테러를 강하게 비난해온 알말리키 총리 지명자가 소수인 수니파가 주도하는 저항공격을 막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에서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경한 인물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군 점령 초기 그는 과거 수니파가 주도했던 후세인의 바트당을 해체하는 청산위원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수니파라는 이유로 군인.공무원은 물론 교사들까지 현직에서 숱하게 쫓아냈다. 과도의회 의원으로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주도했고, 저항 공격을 가장 강력히 비난해 수니파 과격세력의 최우선 공격 목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브라힘 알자파리 과도정부 총리의 핵심 참모로 일해왔다. 알자파리는 과도정부 총리를 맡으면서 민족과 주권 문제를 놓고 미군 점령 당국과 종종 충돌해왔다. 알말리키는 그런 알자파리보다 더욱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알자파리와 더불어 20여 년간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한 친이란파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국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알말리키의 첫 임무는 한 달 안에 새 내각을 구성해 의회의 인준을 받는 것이다. 복잡한 종족.종파로 이뤄진 이라크에서 각료직을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에게 적절히 나눠주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정치.행정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알말리키가 향후 종파.정파.민족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미지수다.

한편 이라크 의회는 2인의 부통령에 시아파 아델 압델 마흐디 과도정부 부통령과 수니파 지도자인 타리크 알하셰미를 뽑았다. 의회 의장에는 수니파 지도자인 마무드 알마슈하다니, 부의장에는 시아파 지도자인 칼리드 알아티야와 쿠르드족 아리프 타이푸르가 각각 선출됐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