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가 중국문학에 큰 영향 못 줘"|PEN대회 참가 중국작가단 8명 허세욱 교수 댁 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제52차 서울 국제 펜 대회 참가 차 건국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중국작가단 일행 8명 전원이 이한 하루 전인 3일 저녁 중국 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중문학군 허세욱 교수(고대)의 역삼동 자택을 찾았다.
이들 중 중국 펜 본부 부회장 겸 작가협회 부주석인「평무」(풍목·69)를 비롯해「커링」(가령·80)「쇼첸」(소건·79)「황초윤」(황추운·70)등 4명은 중국문단의 거목들이고「료아조우」(유아주)는 이선념 전 국가주석의 사위로 80년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나머지 3명은 중국 펜 본부 사무국장 겸 작가협회 연락부부주임「진지엔환」(김현범·46)북경 외국어학원 강사「료신민」(유신민·36) 미국 보스톤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중소설작가「짠쥔」(첨군·32)등으로 일증의 수행원인 셈이다.
이들은 허 교수의 서재를 둘러보고 난 뒤 버섯·호박·대구·간으로 만든 전유어와 묵무침·불고기·된장찌개·물김치 등 한국고유의 음식에 국산 술 마주앙을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이번의 역사적인 첫 방한을 통해 느낀 점과 중국의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평무」단장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올림픽에 큰 관심을 표시한 뒤 중국에서 1백명 이상의 대규모 취재단이 파견될 것이며 북경에서는 온종일 TV중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개최·경제교류 등 상황변화를 열거한 뒤『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하고『한국 문학작품의 번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시인 김지하의 경우『세계문화』지와 인민일보에 작품이 소개된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쇼첸」은 이날 낮에 허 교수와 함께 고대에 들러 4·18기념탑을 보고 크게 감동했으며 비문을 중국어로 메모해 두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기간 중 한국 인권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진지엔환」은 『서구작가들도 미국의 그릇된 방식을 비판한 것으로 알고있다』며『미국은 오만하다』고 힐난했다.
작가의 수입문제로 화제가 바뀌자「펑무」는『애정소설 중에는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도 있다』고 소개한 뒤『원고료가 낮게 책정돼 있어 요즘은 이를 올리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통역담당인「료신민」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국제무역업이며 그 이유는 수입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쇼첸」은 중국문학에 있어서의 유교의 영향에 대해『중국에는 광신도가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공업화가 진행되면서 부모·형제관계 등 전통적인 유교적 질서가 흔들리고있다』고 말했다.
광주 펜 본부 회장인「황초윤」은 식사가 끝나고 숙소인 쉐라톤워커힐로 떠나기 전 중앙일보 독자를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시(칠언절구)를 즉석에서 지어주었다.
「문학으로 친구를 모으기 본시 어려운 일이거늘/해외의 친구들은 더욱 만나기 어려워라/해마다 이 모임이 있기로//평화와 서기가 인간에 가득하네」【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