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탄압정치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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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란·이라크가 종전을 맞아 어려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폭력사태로 남모르는 속을 끓이고있다.
유럽의 중동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라크는 최근 국내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말살하기위한 정책을 한층 강화했고 이란 또한 정치범대량처형을 재개함으로써 일부 강경파들의 종전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르드족 해방전선지도자들은 이라크안에 있는 전체쿠르드족마을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3만개소가 최근 2년사이 이라크정부의 초토화작전에 밀려 80만명이 집을 잃었고 이중 15만명은 이라크남부 사막지대에서 갬프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이와 소년들은 자취없이 사라진 경우가 허다하고 어린이들은 부모와 생이별을 시켜 이산가족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이란측이 유엔의 종전안을 수락하겠다고 밝힌 후 한달동안 이라크가 4만2천명의 군대를 쿠르드족전선으로 이동, 연일 계속된 공습으로 나머지 마을을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군은 또 지난해 4월이후 지금까지 2O여차례나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쿠르드해방전선측은 지난2일 아르빌지방에서 사용된 화학무기 관련자료와 사진등을 유엔등 국제기구에 보내 이라크군의 만행을 비난했다.
쿠르드족의 점령지에는 현재 1만1천명의 여자·어린이등이 함께 있으나 이들은 인근 국경지대에 2개사단병력을 배치한 터키측이 난민유입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군의 화학무기공격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중순의 화학무기에 의한 할라브야대학살때는 약7만명의 쿠르드족이 이란쪽으로 넘어갔고 이란에는 현재 약50만명의 쿠르드족난민이 살고있다.
한편 이란쪽에서는 지난4월 재개된 마르크스주의자나 이슬람좌익 정치범들에 대한 대량처형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의 종전수락직후와 이라크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좌익집단이 서부이란으로 유입되면서부터는 수감된 그들의 동조자들을 마구잡이로 처형, 테헤란의 공동묘지는 유가족행렬이 끊이지 않는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 목격자는 지난7월27일파 8월10일 사이에만 58명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시체가 매장됐다고 전하고 있다. 시체들은 5cm두께로밖에 흙을 덮지않아 공동묘지는 들개와 독수리떼가 몰려 파먹는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란측의 정치범처형러시는 당초 정치범수용소내의 비밀결사조직이 적발되면서 촉발됐으나 부분적으로는 무자헤딘의 침입에 대한 반발과 종전후 과격파들의 분노를 무마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반대파처형은 테헤란뿐 아니라 이란전역의 정치범감옥에서 자행되고 있으며 가장 심한곳은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이 출입하고 있는 서부지역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경부근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무자헤딘을 환영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보복성격의 처형이 극심했었다고 전해지고있다.【파리=홍성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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