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통공연 나란히 겨룬다|심청전, 추신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한일 두 나라의 전통공연 양식을 보여주는 두개의 무대가 동시에 막을 올린다.
12일까지 문화체육관에서 공연되는 MBC마당놀이『심청전』과 6일까지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공연되는 일본 가부키의『가나데혼 추신구라』가 그것.
마당놀이란 한국 고유의 전통적인 민속연회로 노래·소리·춤·재담 등을 통해 권선징악이나 사회풍자 등의 내용을 해학적으로 펼쳐 보이는 공연형태로 길놀이∼본 마당∼뒤풀이의 양식을 취한다.
길지일 극본 손진책 연출의『심청전』은 이 같은 전통공연 양식을 답습, 길놀이에 이어 고사를 지낸 후 12마당을 펴고 뒤풀이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12마당은 1부 6마당, 2부 6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부에는▲열음 마당▲심청 탄생 마당▲ 곽씨 부인 죽는 마당▲심청 마당▲공양미 3백 석 마당▲인당수 마당이, 2부에는▲용궁 마당▲뺑덕어멈 마당▲임금님 마당▲뺑파 놀아나는 마당▲한양 올라가는 마당▲부녀상봉마당이 등장한다.
이번 작품구성의 특징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를 원용한「양심∼빽 ∼왕토론회」로 꾸며 현대인의 시각으로 각 인물평가를 시도한 것.
심 봉사·심청·뺑덕어멈·임금의 순서로 주요인물이 토론회 장에 각각 불려나와 질문에 답하면서 극의 상황을 전개시켜 나간다.
이때 질문자들은 나름대로 인물을 평가하는데 심 봉사는 나약한 지식인의 표본으로, 심청은 낡은 가치관의 소유자로, 뺑덕어멈은 간교한 이로, 임금은 직권을 남용한 인물로 각각 비판 대에 오른다. 전편에 걸쳐 32개의 음악이 나오는데 이중 30곡이 합창과 독창으로 불려진다.
노가쿠·조루리와 함께 일본 전통연극의 3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가부키는 중세말기 전란이 끝나고 잠시 평화 기를 맞이했던 근세초기(17세기 초)에서 비롯된 것.
얼굴에 흰 분을 덕지덕지 바른 괴상한 분장과 정형화된 관례적 표현 양식(예컨대 이별 장면을 연출할 때 여성은 기모노 소매 속에 들어있는 손수건 끝을 이로 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양식화된 어조로 울음소리를 낸다)이 특징이다.
『가나데혼 추신구라』는 18세기초 있었던 아코우 의사들의 복수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간페이」와「오카루」의 사랑이야기를 함께 담은「설화적」시대물.
모두 11개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1·3·4단락만 공연하게 된다.
이 작품은「다케다·이즈모」「미요시·쇼라쿠」「나미키·센주」등 3명의 작가가 함께 쓴 것인데, 1748년 8월 14일 오사카의 다케모토좌에서 첫 공연됐다.
서울공연에서 선보이는 1·3·4단락은 패장의 신하「엔야」판관의 부인「가오요」를 승장의 부하「고노·모로나으」가 치근덕거리나 뜻이 이루어지지 않자「엔야」판관을 희롱, 격분한 판관은 칼을 빼나 미수에 그치고 결국 궁으로부터 죽음의 심판을 받아 자결하기에 이르는 것을 그리고 있다.
판관으로「오노에·바이코」등이, 판관의 처「가오요」로는「사와무라·다노스케」등이 출연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예술감독을 맡는「오노에·바이코」는 일본 문화장관으로까지 칭송되는 거물급 인사이기도 하다.<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