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표들은 어디로 갔을까…개표결과와 여론조사 뜯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명수대상가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세에서 시민들이 유세를 듣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명수대상가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세에서 시민들이 유세를 듣고 있다. [뉴스1]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등으로 응답한 부동층은 20~40%에 육박했다. 각 진영의 아전인수격 해석과 지역별 편차는 있었지만, 이른바 ‘샤이(shy) 보수’와 ‘샤이 진보’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였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점쳤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부동층의 향배를 주시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 이후 부동층의 동선을 짚어봤다. 지난 5~6일 발표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여론조사 결과와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지난 7일 이전의 조사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지역은 각 당이 격전 또는 전략 지역으로 분류했던 수도권·영남권·충청권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서울·경기·부산·울산·경남 등에서 부동층 대부분은 한국당 후보에게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에서 서울 지역 부동층은 11.2%였다. 그런데 실제 개표 결과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52.8% 득표율로 여론조사보다 3.3%포인트 감소한 반면, 김문수 한국당 후보는 23.3% 득표율로 7.5%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층이 21.7%였던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개표 결과 여론조사보다 5.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남경필 한국당 후보는 13.3%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모두 두 후보간 여론조사 결과 차이가 워낙 커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민주당이 사활을 걸었던 부산·울산·경남도 실제 득표 결과와 여론조사 지지율 간 격차는 한국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컸다. 부동층이 20.4%로 조사된 부산은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보다 4.4%포인트를, 서병수 한국당 후보는 12.8%포인트를 더 가져갔다. 19.8%의 부동층이 관찰됐던 울산의 경우는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4.8%포인트, 김기현 한국당 후보가 11.5%포인트를 더 얻었다. 개표 초반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경남은 여론조사 당시 부동층이 21.6%로 조사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김경수 민주당 후보는 6.8%포인트 증가한 반면,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13.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PK 역시 부동층의 이동이 민주당 대세론을 가로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전·충남 등 충청권에서는 갈등하던 부동층 민심이 민주당 후보쪽으로 더 많이 기운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 기간 중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권 특유의 민심 특성을 감안할 때 막판 대이동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 대전의 허태정 민주당 후보는 43.0%, 박성효 한국당 후보는 19.3%였다. 그런데 실제 개표 결과는 허 후보 56.4%, 박 후보 32.2%였다. 32.2%에 달한 부동층의 이동이 근소하게나마 허 후보에게 더 많이 쏠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결과다. 충남에서는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기존 여론조사 결과보다 22.2%포인트, 이인제 한국당 후보가 15.5%포인트를 더 확보했다. 이 지역 부동층은 39.6%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물론 단순 수치만으로 부동층의 향배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예컨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다 한국당 후보 지지로 돌아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회 한 관계자는 “70%대의 대통령 지지율과 50%대의 민주당 지지도에 힘 입은 민주당 대세론에다, 한국당에 대한 실망으로 갈팡질팡하던 샤이 보수층의 결집 실패가 한국당 완패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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