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보다 좋다는 기초단체장 김제시장 어떤 자리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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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환 민주당 사무총장의 승용차에 실려있던 2억원이 들어 있는 박스. [연합뉴스]

김제시청에 따르면 김제시장의 연봉은 6000여만원, 올 업무추진비는 5300여만원이다. 최낙도 전 의원이 김제시장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에게 건넸다고 경찰이 밝힌 액수는 4억원이다. 시장 재임 4년간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모두 모아야 채워지는 액수다.

공천헌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정당 구조가 꼽힌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영호남을 각각 지배하는 정당이 뚜렷한 상황에서 출마 희망자들은 유권자보다 해당 지역에서 지배적인 정당의 공천을 우선시한다"며 "여야 모두 공천 비리의 유혹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당직자는 "김제 지역은 전략공천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제는 정동영 의장의 열린우리당과 한화갑 대표의 민주당이 시소를 벌이는 지역이다.

중소도시의 시장, 군수.구청장(기초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도 공천헌금의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지방자치가 10년 이상 시행되면서 중앙정부가 권한과 돈을 순차적으로 이양했기 때문이다. 인구 10만여 명인 김제시의 올해 예산은 3000억원이다. 시장은 이 돈의 사용처와 우선 순위를 정하는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다. 건축.영업.택지 개발 등의 각종 인허가권도 행사한다. 김제시청 공무원 980여 명의 인사권도 시장의 몫이다. '지역의 소통령'이란 별명이 붙는 것은 이들의 예산권.인사권.인허가권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한 한 번 당선되면 재선.3선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이 점도 시장.군수.구청장의 매력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보다 정치적 관심은 덜 끌지만 실속과 권한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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