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례 만든 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임박한 올림픽과 청와대의 야당총재 연쇄개별회담을 계기로 모처럼 정치권이 평온을 보이면서 국가적 관심사에 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는 그 동안 기자테러 사건 등으로 미뤄온 올림픽 정치휴전에 공식 합의하고 올림픽기간 중 정기국회를 휴회키로 했다.
또 서울 지하철노조의 파업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같이 하면서 파업자제를 설득하는데 공동보조를 취했다.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어찌 보면 국민여론이란 외압에 밀려나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쟁점을 두고 다툴 때 다투더라도 국가적 요청에는 보조를 같이 한다는 좋은 선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결코 과소평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우기 최근 시국이 현역군인에 의한 기자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전례 없었던 방송노조의 파업, 격심한 좌우이념논쟁 등으로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앞둔 사회답지 않게 어둡고 불안했음을 생각할 때 정치권의 자제와 성숙된 모습은 국민의 걱정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
5공비리조사를 둘러싼 여야간의 날카로운 의견대립과 불쑥 튀어나온 내각제 개헌과 연정론, 우익궐기론 등 그 동안 보인 정국흐름에서 많은 국민들은 올림픽이라는 안전판의 약효가 끝나고 보면 정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는지 짐작키 어렵다는 불안과 걱정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올림픽 후에는 이른바 「싹쓸이」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근거 없는 얘기가 항간에 나도는가 하면 격렬한 정쟁과 함께 노사분규, 학생데모 등으로 정국과 사회의 혼란이 예견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정치권으로서는 이런 우려에 대해 당연히 나름대로의 회답을 보여야 하며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우려요인 축소를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정치휴전과 지하철파업에 대한 여야의 같은 목소리를 우리는 이 같은 시각에서 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 올림픽 후에 대한 걱정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 이상 이를 해소할 계속적인 정치적 노력은 정치권에 있어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올림픽 후 정국의 최대쟁점은 역시 5공비리문제가 아닐까 하는데 최근 민정당에서 이 문제에 관한 전향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음을 주목하고자 한다.
민정당은 문체의 초점인 전전대통령문제에 대해 본인의 사과, 부당재산의 헌납, 낙향 등의 조치를 취하게 하고 이런 방안을 야당과 협상해 합의를 볼 경우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사면조치를 취하게 하자는 복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정당의 이런 복안이 청와대의 3야당 총재와의 회담에서 타진돼 어느 정도 내막적인 의견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인지, 전전대통령측과는 사전 의논이 있은 방안인지 우리로서는 아직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정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논의가 분분하고 극단적인 의견대립을 일으키는 장본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에 관한 큰 테두리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는 방법으로 빠른 결말을 짓는 방안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당측도 비리의 진상·규명과 본인의 사과가 있으면 처벌이나 보복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민정당의 새로운 모색이 구체화되면 진지한 협상을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정치휴전이라고 하더라도 올림픽 후에 대해 국민이 걱정을 하지 않도록 쟁점에 대한 막후의견조정 등 정치적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