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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지방선거발 지각변동···홍준표 "내일 거취 밝힐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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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린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TV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린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TV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ㆍ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남긴 한마디다. 홍 대표는 13일 오후 6시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한국당이 사실상 참패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45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입장을 올렸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일찍이 시사한 셈이다.

 포커에서 유래한 이 말은 변명의 여지 없이 책임을 감내하겠다는 의미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 붙여놨던 문구로 잘 알려져 있다. 홍 대표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들이 당 쇄신을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을 때도 이 문구를 인용했다. 그리곤 취임 5개월 만에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해왔다. 판세가 조금씩 바뀌었지만 최종적으로 영남권 5곳(대구ㆍ경북ㆍ부산ㆍ울산ㆍ경남)+충남은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출구조사에선 한국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ㆍ경북 2곳,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 경북 김천 1곳을 얻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서울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이 결과를 지켜본 홍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고, 10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참담하고 암담한 심정이다. 아마 정당 역사상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맞이한 건 처음”이라며 “말이 필요없이 모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오후 9시쯤 또 한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믿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13일 밤까지 자택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본 후 14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후 8시쯤 당사를 찾아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 부족한 제게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안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18.8%를 얻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은 3위에 그쳤다. 지난 대선 당시 서울에서 얻은 득표율(22.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로 처질 경우 그의 정치생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6·13 지방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된 후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뉴스1]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6·13 지방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된 후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뉴스1]

 안 후보는 이날 향후 거취에 대해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 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며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계 은퇴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따로 말씀 드릴 기회를 갖겠다”고만 답한 후 자리를 떴다.

안 후보 측에서는 정계 은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다. 다만 당분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휴식을 가질 가능성은 크다. 안 후보와 가까운 이태규 의원은 “지난 대선에 이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만큼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거취에는 향후 바른미래당의 상황도 변수다. 바른미래당은 통합 후 당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되며 향후 노선 갈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 유승민 당 대표 등은 한국당과의 통합 등을 염두해 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8월 대선 패배 86일 만에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며 조기에 복귀했다. 당시 안 후보는 “국민의당이 무너질 수 있다”며 복귀 명분을 뒀다.안 후보는 14일께 딸의 학위 수여식 참석차 미국에 갈 것이라고 한다.

김경희ㆍ안효성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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