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복구 힘을 모으자] 낙동강 댐 2개뿐 … 툭하면 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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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낙동강 중.상류 지역 다섯곳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이날 오후 한때 대구시 달성군 현풍지점(둑 높이 15.8m) 수위는 위험수위(13m)를 넘어선 13.75m까지 올라가 주변 지역 1백50여가구 주민 3백5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오후 9시쯤엔 경북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에서 낙동강 지류인 회천의 도진제방이 불어난 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70여m나 무너져 주변 농지 50여㏊와 가옥이 물에 잠겼다. 또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앞 설하천과 천내천의 제방 40여m도 이날 붕괴됐다.

큰비가 오기만 하면 제방 붕괴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 낙동강 유역은 이번 태풍에도 여지없이 똑같은 피해를 보았다.

이 같은 피해의 원인에 대해 치수.방재 관계자들은 낙동강의 취약한 홍수조절 능력을 꼽는다.

낙동강은 유역 면적이 2만3천8백여㎢로 한강(2만6천여㎢)과 비슷하지만 큰비가 왔을 때 상류 지역에서 물을 가둘 수 있는 능력은 한강의 34%에 불과하다. 한강 수계엔 댐이 10개가 넘지만 낙동강 본류엔 임하댐과 안동댐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의 길이가 4백㎞를 넘지만 하천 경사가 완만해 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실제 큰 비가 내릴 경우 낙동강 유역에서는 물이 빠지는 데 보통 3일 정도 걸리고 지난해엔 10일이나 소요됐다.

산업화.도시화로 강 유역에 공단과 아파트단지가 많이 들어서 내린 비가 고스란히 강으로 유입되는 데다 강바닥이 높아 조금만 비가 많이 와도 지류로 물이 역류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북도 도식록(都食錄)방재계장은 "산업화 이전엔 강 유역의 논.밭에서 어느 정도 비를 가뒀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산 부족으로 제방 보강공사 등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연례행사처럼 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토목과 지홍기(池洪基)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하천 관리에 들어가는 1년 예산은 1조원으로 4차로 국도 하나 건설하는 비용에 불과하다"며 "도로는 없을 경우 불편할 뿐이지만 하천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는 만큼 치수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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