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 구설 나온 민주당 염색공약…해당 의원들 “유세 지역 특성 감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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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여러 정치인들의 이색 공약이 화제였다. 머리 염색부터 노래와 춤까지 그 유형도 다양했다. 하지만 실제 공약을 지키고도 유권자들의 구설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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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면 여성 의원 5명이 파란색으로 염색을, 최종투표율이 60%를 넘으면 남성 의원 5명(김민기·김영진·김영호·김정우·임종성 의원)이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짧게 깎고 파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지난 8~9일 치러진 사전투표율이 20.1%로 집계되자 유은혜·진선미·박경미·백혜련·이재정 의원 등은 9~10일 차례로 ‘파란 머리’ 인증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계정에 공개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파란머리로 염색 약속을 지켰다”며 “투표율 60%로 파란을 완성시켜달라”고 홍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면 여성 의원 5명이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다는 공약을 지켰다며 인증샷을 공개했다.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백혜련 대변인, 박경미 원내대변인, 유은혜 의원, 이재정 의원이 각자의 SNS에 올린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면 여성 의원 5명이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다는 공약을 지켰다며 인증샷을 공개했다.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백혜련 대변인, 박경미 원내대변인, 유은혜 의원, 이재정 의원이 각자의 SNS에 올린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네티즌 수사대’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일부 의원의 머리카락 뿌리가 여전히 검은색이란 점을 문제삼으면서다. “제대로 염색하지 않고 겉부분만 살짝 파란색 스프레이를 뿌려 속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특정 의원에 대해서는 합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이들 의원 중 일부는 이후 유세 현장에서 파란색 염색 머리가 확인되지 않았다. 염색 머리 인증샷 공개 후 페이스북 등에 올린 다른 사진에서는 모두 검은색 머리로 바뀌어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 중 한 명인 백 의원은 9일 염색 인증 사진을 공개하면서 “남은 선거기간과 유세일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염색 지속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러다 실제 염색 여부를 놓고 구설이 계속 번지자 다음날 “지역 지원유세가 예정돼 있어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급하게 머리를 원위치시켰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염색 약속 하나 제대로 못 지키느냐“ 등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해당 여성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대신 인증하기도 했다.

김재종 더불어민주당 충북 옥천군수 후보(왼쪽)와 전상인 자유한국당 후보. [뉴스1, 전상인 후보 페이스북]

김재종 더불어민주당 충북 옥천군수 후보(왼쪽)와 전상인 자유한국당 후보. [뉴스1, 전상인 후보 페이스북]

파란색 염색은 후보 간 공방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김재종 민주당 옥천군수 후보는 이 지역 사전투표율이 지난 지방선거의 17.0%보다 높게 나오면 파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10일 실천으로 옮겼다. 그러자 전상인 자유한국당 옥천군수 후보는 지난 12일 “김 후보는 실제 염색을 하지 않고 일회용 스프레이로 머리에 착색시켰다. 현재 파란색물이 빠져 검정색 머리로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다”며 “군민을 우롱하는 정치적인 퍼포먼스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2일에도 공약은 이어졌다. 박원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강남 유세 발언에서 “이번에 서울시장으로 당선 되고 특히 강남구에서 60% 이상 지지율을 받으면 강남사거리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겠다. 시의원 후보들도 당선시켜주면 (노래) 두 곡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같은 날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김문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제가 서울 시청 앞에서 노래를 열 곡 부르고 춤도 추겠다”고 약속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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