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김두우가 본 정치 세상] 총선 승부 가를 '정치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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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치러질 17대 총선에선 정치개혁이 중대 변수(變數)가 될 것이다.

지역.세대.계층은 이미 변수라기보다 상수(常數)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수의 두터운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정치개혁이 활용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선거 막판에 돌발 변수가 나타날 수는 있다. 민주당 내 신당파와 구주류가 중부권 선거에서 일야다여(一野多與)구도에 역부족을 느껴 연대 또는 연합공천할지,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5명의 의원들과 개혁당이 신당과 손잡거나 합당할지, 심지어 한나라당이 갈라지고 그 일부가 민주당 구주류 및 자민련과 제휴해 '전국정당화'를 명분으로 내걸지 누가 알겠는가.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말처럼 이런 암중모색은 선거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이런 변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방안으로서 정치개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누가 정치개혁을 선도할 것인가'의 결론이 파괴력을 가지는 곳은 1차적으로 수도권이다.

*** 수도권서 영향력 클듯

1996년 15대 총선에서 수도권 96석 중 5천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라진 것이 44곳(46%)이었으며, 그중 3천표 이내가 27곳(28%)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수도권 97석 중 5천표 이내 승부는 37곳(38%), 3천표 이내는 24곳(25%)이었다. 어림잡아 5천표 이내가 열곳 중 네곳, 3천표 이내가 네곳 중 한곳이다.

수도권 선거구당 유권자는 대체로 10만명을 웃돌고 있으니, 유권자의 3% 정도만 더 끌어올 수 있다면 승리가 보장되는 셈이다.

수도권 승리는 한나라당엔 원내 제1당을, 신당엔 전국정당이란 명분을, 민주당엔 지역 한계 극복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향후 정치의 주도권이 수도권 1당에 주어진다는 뜻이다.

영.호남에서도 정치개혁이 영향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석권한 영남의 경우 두번의 대선 패배는 "지금의 한나라당으로선 안 되겠다"는 정서로 이어졌다.

대구.경북에선 아직 민주당이나 신당으로선 쉽지 않다는 것이 현지 정치지망생들의 판단이지만,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상황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신당이 이미 인재풀을 만들어 집중 공략하고 있다.

*** 정당 간 개혁 경쟁 기대

호남에선 민주당과 신당이 치열하게 경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해낼 것인지의 판단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 시점에서 정치개혁의 요체는 인적 교체와 시스템 변화다. 새 얼굴의 등장(물갈이)과 부패정치 청산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개방하고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시합은 이미 시작됐다. 한나라당 내에서 '60세 이상 용퇴론''5, 6공 인사 물갈이론'등이 제기된 것은 생존적 요구다.

민주당 신당파가 새 정치실험을 선보이겠다며 정치개혁을 치고나온 것은 '신당=노무현당'이란 등식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치개혁의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경합이 상호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러다 보면 총선의 축이 두 정당으로 옮겨가게 되기 때문에 결국 민주당 잔류파도 정치개혁의 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쟁은 국민으로선 전혀 나쁠 게 없다. '희망사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두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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