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난제, 대통령이 앞장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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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 문제만 해도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깊어질 난제가 한꺼번에 세가지나 밀어닥쳤다. 이라크 추가 파병, 부안군수 폭행 사태까지 불러온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립, 한 농민의 자살로 부각된 쌀시장 개방 문제 등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시급한 사안들이다. 방치할수록 사회적 균열이 점점 더 커질 사안들이기에 정부와 정치권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큰 방향은 이미 잡혀 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어딘가에는 세워져야 하고, 쌀시장 개방도 마냥 늦출 수는 없다. 이라크 파병은 북핵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국익과 직결된 사안과 맞물려 있어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등의 명분이 전제된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국민에게 설득해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되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사회적 소수세력에 대한 배려와 치밀한 국민설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발 삐끗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이런 국정난제의 현실적 해결방식에 반대하는 층이 바로 盧대통령의 지지기반 세력이라는 점이다. 만일 盧대통령이 정략적 득실을 따지며 또다시 좌고우면하며 머뭇거릴 경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이 난제를 잘 수습하면 오히려 지지도는 올라갈 수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임건의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 청와대가 "사표를 내면 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청와대가 야당의 협조 없이는 3대 국정난제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한 것이라고 본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이라크 파병건도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에게 적극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