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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TV 단독 앵커 '금녀의 벽' 무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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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4일(현지시간) NBC의 아침 방송 프로 '투데이'를 진행하고 있는 케이티 쿠릭. [뉴욕 AP=연합뉴스]

미국의 방송 사상 최초로 CBS의 저녁 메인 뉴스의 단독 여성 앵커가 탄생했다. 9월부터 3대 지상파 방송중 하나인 CBS의 '이브닝 뉴스'를 맡을 케이티 쿠릭(49)이 주인공이다.

그동안 메인 뉴스의 여성 앵커로는 바버라 월터스(ABC)와 코니 정(CBS)이 있었고, 현재 ABC에 엘리자베스 바거스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남자 앵커와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그의 단독 앵커 발탁 소식을 전하며 "그녀가 TV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고 전했다.

쿠릭은 1991년부터 15년 동안 NBC의 아침 방송 프로인 '투데이'를 맷 라우어와 함께 진행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인물이다. ABC뉴스 워싱턴지국 보조원으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 CNN에서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여러 방송사를 거친 뒤 89년부터 NBC에서 기자로 일해왔다. NBC와의 계약은 5월 말에 끝난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쿠릭은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줌마 같은 사람이다. 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하거나 무게있는 '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 앵커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시청자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뉴스 진행자라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문제는 여성이 네트워크 방송의 뉴스 앵커로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옆집 여자처럼 평범한 여성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 같은 인간적인 장점에 주목, CBS가 그녀를 발탁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뉴스 진행 중에 눈물을 자주 흘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컬럼바인 총격사건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고, 최근 전직을 발표하면서도 울었다.

남편인 제이 모너헌을 대장암으로 잃은 그녀는 2000년 대장 내시경 검사받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장암 예방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쿠릭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회사 옮기는 문제를 두 딸과 함께 상의했다고 한다. "엄마가 앵커를 맡게 되면 앞으로 저녁 식사를 같이 할 수 없을텐데…"라고 했지만 두 딸이 "괜찮다"고 말해 전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쿠릭은 이 프로그램을 맡는 조건으로 연간 1500만 달러(약 145억원)를 받는다. 미국 NBC의 '나이틀리 뉴스'의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400만 달러, 경쟁사인 ABC의 '월드뉴스' 공동 앵커인 엘리자베스 바거스의 연봉은 300만 달러도 채 안된다.

하지만 이번 연봉은 그녀가 지금까지 받아 온 연봉보다 낮은 편이다. NBC가 그녀를 붙잡으려 2000만 달러를 제의했으나 이를 뿌리친 것을 보면, 돈보다 '단독 앵커'의 자리에 비중을 더 뒀다는 얘기다.

뉴스위크는 "쿠릭의 장점은 사람들과 환담하며 그들을 설득해 뉴스를 빼내는 데 있다"며 "앞으로 CBS에는 생방송 인터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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