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노조의 불법 정치활동 방관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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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5월 지방선거에 자체 후보를 내고 민주노동당 후보도 적극 지지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불법단체인 전공노가 이처럼 상급단체에 가입하고 정치활동도 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는 팔짱을 낀 채 앵무새처럼 "엄정 대처"만 외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1월 말에 관련 법령이 시행되면서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단체행동을 금하고 가입대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합법화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전공노 집행부의 대부분이 해직자로 구성돼 있어 원천적으로 합법노조가 될 수 없게 돼 있다.

정부는 2월 초 특별담화문에서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하는 공무원단체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또 불법 단체가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관련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고 했지만 벌금을 매겼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행정자치부는 "몇몇 지도부는 해직자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직 공무원일 경우 엄정 대처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자세는 전공노나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전공노가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현행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공무원노조법 등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정치에 휘둘리면 공정한 대국민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이 조항이 맘에 들지 않으면 먼저 법개정 운동을 벌이는 게 순리에 맞다.

정부는 2004년 4월 총선 때 민노당 지지 활동을 한 전공노 위원장을 고발한 적이 있다. 지금은 전공노가 자체 후보까지 낸다고 하니 상황이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정부는 더 이상 미적거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