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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송영중 부회장에 사실상 사퇴압박

중앙일보

입력

손경식 경총 회장. [중앙포토]

손경식 경총 회장. [중앙포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내분 논란이 확산하자 손경식 경총 회장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11일 오전 경총회관에서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경총 사무국 업무는 회장이 직접 지휘·관장한다”고 밝혔다.

표면상 경총을 차질 없이 정상 운영하겠다는 의지에서 언급한 말이지만, 이로 인해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졌다. 경총은 조직구조상 업무를 상임부회장이 직접 총괄 관장한다. 비상임직인 회장은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앞으로 회장이 직접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는 것은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역할을 사실상 중단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손 회장은 이 회의에서 “송영중 상임부회장에 대한 거취는 회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경총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고위 임원의 거취에 대해서 회원사의 의견을 묻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사실상 송 부회장에게 자진사퇴하라는 메시지로 읽히는 배경이다.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 [중앙포토]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 [중앙포토]

이처럼 손경식 회장이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 건 경총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부 갈등이 위험 수준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일 송영중 상근부회장이 선임된 이후 경총 간부들이 주요 사업에 대해 결제안을 올리면, 송영중 부회장이 결정을 유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총 회장단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지난 4~8일 출근하지 않고 재택에서 근무했던 것도 경총 내부 갈등이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영중 부회장은 11일 출근길에 중앙일보와 만나 “우리 내부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나중에 공식 해명 자료를 통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주일 동안 출근하지 않았던 배경을 묻자 “(출근은 안 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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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경총은 ‘사회적 대타협 정상화를 위한 제언에 대한 경총 입장’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11일 한국노총·민주노총에 “이른 시일 안에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자”고 제안하자 경총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문 위원장의 제안을 ‘노사 갈등을 야기하는 인위적 대화’라고 규정한 대목이다. 경총은 문 위원장이 제안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다른 참여주체(재계)를 배려하지 않고, 일방(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한 의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이라며 ‘억지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행보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원회의 일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경총은 ‘노동계 불참을 이유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개최하지 않는 것은 파행’이라며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두 건의 경총 입장은 모두 11일 송영중 부회장이 간부회의에서 배제된 이후 발송된 것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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