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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복 김정은, 벤츠 타고 ‘뜀박질 경호’ 받으며 호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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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10일 오후 현지 경찰 등의 호위를 받으며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10일 오후 현지 경찰 등의 호위를 받으며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싱가포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도착하면서 긴장감과 흥분에 휩싸였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전체가 비상 통제된 것 같았다.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 앞바다엔 싱가포르 해군 군함이 투입됐고 하늘엔 군 헬리콥터가 분주하게 수색활동을 펼쳤다.

경비 삼엄한 싱가포르 르포 #호텔 인근 높이 1m 콘크리트 장벽 #센토사섬 앞바다엔 군함 경비 나서 #회담장 카펠라 창문엔 검정 가림막 #취재진 호텔 연결 도로 들어서자 #경찰 튀어나와 “돌아가라” 제지

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과, 거기서 차로 5분 거리인 트럼프 대통령의 샹그릴라 호텔 주변엔 중무장한 경비 병력이 배치돼 아예 접근불가였다.

호텔 정문으로 통하는 차로의 양옆에는 1m가 넘는 철근 콘크리트 블록이 장벽처럼 설치됐다. 진입로 입구에는 이동식 감시 카메라와 신호등, 차량 돌진 방지용 바리케이드를 갖춘 임시 검문소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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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V’자 진용을 유지하며 김 위원장과 차량 경호에 나섰던 북한 경호원들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의 경호원들은 김 위원장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출발하자 차를 에워싸고 뛰었다. 섭씨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이들은 짙은 색 양복을 착용하고 주변을 경계했다. 경호원 중 상당수는 선발대로 현지에 도착해 지형 점검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근접경호 담당인 974부대 소속으로, 부대장인 신원철도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김 위원장이 묵는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목격됐다.

회담장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주변에도 중무장한 병력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북한 경호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 행렬 주위에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경호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 행렬 주위에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취재진이 차량을 타고 700m 길이의 다리를 건너 센토사섬으로 들어가자 카펠라 호텔로 이어지는 도로 앞에서 경찰이 튀어나왔다. “뭐 하는 사람이냐. 어디서 왔느냐. 왜 왔느냐.” 질문은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그러자 호텔 연결 도로 입구에서 대기하던 현지 취재진이 달려왔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현지 취재진에게 취재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비요원들에게 “우리는 허가를 얻은 취재진”이라고 설명했지만 “숙박객이 아니면 근처에도 얼씬거릴 수 없다. 빨리 차를 돌려 나가라”며 고압적인 ‘명령’만 돌아왔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관계자와 주관 방송사인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 직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진입을 막았다. 특히 트럼프와 김정은이 회담할 것으로 알려진 카펠라 호텔 2층은 창문이 모두 검은색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싱가포르 경찰은 “회담이 시작되는 12일부터는 센토사섬에 입장하는 관광객들에 대해서도 짐 검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텔 측의 이 같은 통제에 따라 취재진은 카펠라 호텔 주변을 돌아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휴양지 호텔 쪽에서 카펠라 호텔의 동향을 살피려 했다. 하지만 역시 어느새 뒤를 쫓아온 경비원 2명이 다가와 ‘검문’을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은 “허가를 받지 않고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느냐? 당신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불법”이라고 윽박질렀다. “이곳이 처음”이라며 연신 양해를 구한 끝에 간신히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한 번만 더 여기에 오면 경찰에 바로 신고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취재진의 얼굴을 자신의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카펠라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해변가로 나오자 이곳에도 현지 취재진이 대거 몰려 있었다. 해변가에 설치된 5m가량 높이의 전망대에서 카펠라 호텔의 지붕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변가의 싱가포르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계속 취재진을 지켜봤다. 카펠라 호텔에서 해변가로 이어지는 곳에는 30m 정도의 구름다리가 걸려 있었다. 현지 언론들이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구름다리를 건너 해변가를 산책하는 광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던 곳이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북한이 김정은의 현지 안전을 위해 싱가포르 측에 ‘특별 대우’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폴리티코는 김정은 위원장 가문의 전직 경호원을 인용해 “(북한은) 과거 중국이 제공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높은 보안을 (싱가포르 측에) 요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폴리티코는“(두 정상의 숙소와 회담장 등) 세 호텔에 모든 방향이 관찰 가능한 신형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며 현지의 삼엄한 경비 분위기를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에는 세 군데의 프레스센터가 마련됐다.

가장 먼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정부가 마련한 대규모 국제미디어센터(IMC)가 문을 열었다. 마리나베이 F1 경기장 내 피트 빌딩에 설치된 IMC는 2층과 3층을 통으로 터 프레스센터로 운영됐다. 센터 내에 설치된 수십 개의 텔레비전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미디어 주관사인 채널뉴스아시아 채널이 24시간 방송됐다.

이날 오전 센터가 문을 열기 전부터 등록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많은 기자가 몰리면서 이날까지 취재 승인을 받지 못한 기자도 다수 발생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사전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기자들의 IMC 출입을 금지했고 현장 등록도 불허했다.

센터 내에서는 각국 기자들이 특히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를 벌였다. 이들은 역사적 사건을 취재하는 기분이 어떤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IMC 관계자는 “2500명 이상의 기자가 이번 취재를 위해 등록했고 80% 정도가 외국 언론사”라며 “일본·한국·미국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등록했다”고 전했다.

인근 JW메리어트 호텔에 위치한 백악관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센터는 이날 낮 12시 개소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한국프레스센터(KPC)는 11일 오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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