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강골 검사' 허익범, 18년 전 최병렬 상대로 3억 손배소 걸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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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별검사'로 임명된 허익범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산경 사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 특검은 1959년생으로 덕수상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13기다. [뉴스1]

'드루킹 특별검사'로 임명된 허익범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산경 사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 특검은 1959년생으로 덕수상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13기다. [뉴스1]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맡게 된 허익범(59ㆍ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가 8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임명장을 받았다. 이날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 특검은 ‘실세 정치인으로 불리는 분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어떻게 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조사하는 것”이라며 “필요성 여부는 수사를 개시했을 때 밝힐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드루킹’ 김동원(49) 씨의 댓글 조작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후보,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 ‘86세대’ 여권 실세에 대한 특검 소환도 마다치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온화한 성품이나 검사 때는 원칙론자 #야당 대표 지낸 최병렬 전 의원 고소, #외압 맞서 민주당 소속 구청장 구속하기도 #

수사 의지에서 느껴지듯 허 특검은 검찰 재직 시절 강직한 공안통으로 불렸다고 한다. 최근 5년간 서울변호사회 분쟁조정위원장, 대한변협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장 등을 맡으며 ‘온화한 조정자’ 역할을 해왔던 경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지난 7일 청와대의 특검 발표 직후 한 대검 간부는 “검사 시절 허 특검은 보수ㆍ진보,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수사 과정에 외압을 넣으려는 시도에는 강단 있게 대응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8년 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법정 소송전이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5부장(공안 담당) 시절인 2000년 허 특검은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이종웅 변호사(한나라당 법률자문역)를 상대로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2000년 총선 당시 구로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새천년민주당 소속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공직선거법 무혐의 처분을 놓고 최 전 의원이 ‘편파 수사’를 주장하자 소송으로 되받아친 격이었다.

당시 허 특검은 “공안전담 부장인 원고를 상대로 상부의 지시에 따라 편파수사를 했다는 등 최 의원이 허위 사실을 발표해 검사로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고소장에 적시했다. 허 특검은 1심 재판부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받아 5000만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인 역시 허 특검은 예외로 삼지 않았다. 2000년 아파트 사업 승인 대가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새천년민주당 소속 김모 당시 영등포구청장을 구속했다. 김 구청장은 1980년대부터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 비서실 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더군다나 당시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절이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허 특검이 호남 출신 검찰 선배들로부터 불구속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소신을 지켰다"고 말했다.

18년 전 소송의 당사자로 마주했던 허익범(왼쪽) 특별검사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중앙포토]

18년 전 소송의 당사자로 마주했던 허익범(왼쪽) 특별검사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중앙포토]

허 특검을 ‘드루킹 특검’ 후보로 추천했던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뉴라이트 등 색깔론을 제기하려는 건 허 특검의 인품을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파견검사ㆍ변호사ㆍ경찰ㆍ공무원 등 이질적인 집단이 섞인 특검을 특유의 온화한 성품으로 통솔력 있게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 특검은 앞으로 20일 간 특검보를 비롯한 수사팀 구성 등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7일께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수사 기간은 기본 60일에 대통령 재가에 따라 한 차례(30일) 연장이 가능하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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