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제갈공명' 칼 로브 정치고문 역할 손 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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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로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재선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던 칼 로브가 부시 대통령의 정치고문 역할을 중단키로 했다고 A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통신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고문인 로브가 백악관 진용 개편의 일환으로 정책적 조언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로브는 정책 조정 역할을 중단하는 대신 정치전략을 짜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백악관 부비서실장 명함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브가 맡아왔던 정치고문 역할은 조엘 카플란 백악관 예산담당 부국장이 부비서실장으로 승진해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조 하긴까지 3명이 된다.

로브는 말 그대로 부시의 오른팔이자 정치적 동지였다. 그의 진가는 2004년 대선 때 확연히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의 선거전략을 총지휘한 그는 예상을 깨고 강경 보수주의 정책을 도입해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그가 주도해 치른 41건의 굵직한 선거에서 37차례나 승리를 거둬 '선거의 귀재'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경한 그의 이미지는 점차 부시 대통령에게 짐이 됐다. 특히 그가 지난해 미국 정가를 뒤흔든 '리크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강한 사임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신임은 식을 줄 몰랐다. 최근 조슈아 볼턴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 백악관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됐지만 그는 늘 예외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로브의 거취에 변화를 주지 않고서는 최근의 정국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참모들의 강력한 건의에 따라 부시 대통령도 결국 로브의 역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3년 가까이 '부시의 입' 역할을 해온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지금이 바로 교체 적기라고 생각해 부시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2003년 6월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된 그는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앞으로 2~3주 더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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