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어「반핵」제기 |재야 23개 단체 한반도 평화·통일 세계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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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재야 운동권에서 학생들의 통일논의에 이어「반핵 문제」를 제기, 새로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민통련과 서민투련 등 재야 23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한반도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대회 및 범민족 대회 추진본부」는 23일 고려대에서「세계대회 개회식」을 개최, 6일간의 행사일정을 시작하면서 이번 대회의 주요 이슈로「한반도 평화와 민족 생존권보장을 위한 반핵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6·산, 8·15 남북학생회담 추진과정에서 학생들이 주장했던 통일 논의가 한 단계 발전, 주체가 학생에서 학생을 포함한 재야운동권으로 바뀌고 규모가 해외로까지 확산된 형태다.
학생·재야단체들 가운데선 지난「8·15 남북학생회담」이 국민적 호응을 크게 받지 못한 채 경찰의 원천 봉쇄에 막혀 성사되지 못한 뒤 통일 논의의 새로운 전개가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재야운동권에서는 지금까지 일부에서만 언급되어왔던「반핵 문제」를 민족 생존권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부각시키고 나온 것이다.
이들은「통일」이라는 지상 과제를 위해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1차 과제로 보고 이를 위한 시발점으로 핵무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또 규모 면에서도「전세계의 평화애호인」을 평화운동의 동반자로 설정, 국내라는 기존의 공간적 틀을 탈피하며 이번 대회에 일본의「이시구로·도라키」원·수폭금지 국민회의 대표와 서독의「위르겐·마이어」 녹색당 중앙집행위원 등 4개국의 반핵 평화단체대표들을 초청, 참석케 함으로써 국내 운동권의 세계적 연계라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남북분단에서 모든 문제점이 잉태되기 시작, 긴장된 상황 속에서 마침내 핵에 의한 생존권 위협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 따라서 핵무기 철수와 공동 올림픽개최를 통해 남북간 긴장 완화와 민족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평화협정을 체결, 휴전상태를 종식시키며 통일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학생 운동권과의 협의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개학 후 학생운동권의 재정비가 끝나면 보다 큰 추진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추진본부」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반핵 문제」는 재야운동권과 학생들이 올림픽을 앞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당국의 강력 저지방침에 맞서가며 얼마만큼 국민적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 여부가 올림픽 이후의 정국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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