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감안 수위조절·시한선택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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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5공화국비리조사특위가 24일 오후 일해재단, 29일 오전 청남대를 방문해 조사키로 결정함으로써 지난12일 조사반의 청남대 출입봉쇄사건이후 중단됐던 현장조사 활동이 12일만에 정상화됐다.
특위는 그 동안 청남대출입문제이외에도 전남도지사공관내 집기은폐사건, 전두환 전 대통령부부출국금지요청 묵살, 요구자료 일부 제출불응 등 크고 작은 제동에 걸려 뒤뚱거리다 23일 전체회의에서야 가까스로 조사활동재개를 결정해「본질」문제에로 제자리를 되찾게 된 것이다.
여야는 그 동안의 전남도 사건 등을 놓고『특위활동을 위협하는 중대사건』『우발적 사건』이라며 티격태격하다 이들 사건처리방향에 대체적인 절충을 보고 현장조사 등 본래의 활동도 계속해 나가게 됐다.
이제 특위는 여야영수회담에 이어 4당 총무회담 등 실무접촉에서 올림픽휴전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이 마련될 때까지 다시 떠들썩한 한판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림픽 휴전과 관련, 민정당 측은 청남대현장조사를 끝으로 9월1일부터는 정치방학이 시작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으나 3야당, 특히 특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쪽은 9월10일 올림픽 목전까지 최대한 가동시키고 특위의 핵심인 전 전 대통령일가 비리 건에 대한 착수정도는 해 놓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으로 선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는 상황도 아닌데다「조기방학」을 먼저 꺼내 놓으면 가뜩이나 지연작전이란 오해를 사고 있는 증에 자칫 더 큰 의구심을 낳게 될 가능성도 있어 야당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이나 이기택 특위위원장은 김대중 평민당 총재로부터 『본질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꼬집힌 아픔도 있어 비등한 여론에 부응할 만한 굵직한 물건을 한차례 좀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분위기를 해친다는 비난을 사서도 안 되는 만큼 수위조절에 따른 시기선택과 방류 량 측정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 전 대통령의 사저 현장조사 등 핵심문체를 2∼3건쯤 상정시켜 걸쳐놓겠다는 잠정계획이나 일해재단·청남대 등의 현장조사 후 여야청와대영수회담의 결론, 여론의 향방을 지켜보아 가며 최종결정을 할 작정.
따라서 특위는 일단△청남대출입거부 건은 현장조사 때 홍성철 청와대비서실장과 건물관리책임자인 김용갑 총무처장관이 현지에서 브리핑을 경해 해명·사과키로 하고 △전남도지사 공관사건은 이춘구 내무부장관의 출석을 표결처리 했으며 △전 전 대통령부부 출국금지 요청문제는 정해창 법무부장관을 출석시킨다는 방침 등으로 9월초까지의 활동방향을 정해 놓고 있다.
일해재단현장조사에서 야당 쪽은 핵심비리를 찾아내 국민적 관심사에 우선 부응하겠다는 의욕이며 민정당 쪽은『해봐야 별것 없을 것』이라며 곁으론 여유를 보이고 있다.
3야당은 그 동안 각종 보도를 토대로 △일해재단 기금조성경위 △전 전 대통령의 출연금 20억5천만원의 출처 △청와대에서 모금한 기금의 적정사용여부 등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기타 △창립총회 때 사회를 보고 직접재벌을 방문, 기금을 수금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휘 대령의 활동과 현직군인이 어떤 자격으로 참여 했 는 지의 문제 △부지매입관련 의혹 △제1,제2 영빈관의 용도와 호화시설여부 등도 알아볼 작정이다.
민정당 쪽은 어떤 조사든 응하겠다는 방침이면서도 전 전 대통령의 20억5천만원 기금출연에 대해선 전씨 쪽이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어. 현재로선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민정당의 한 관계자는『이 문제 역시 전 전 대통령 출석문제와 동일성격』이라며 전씨 쪽의 자진해결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청남대조사에선△호화시설여부 △부지가 용도이상으로 엄청나게 넓은 점 △건축과 관련한 건축법·수도법·국토이용관리법 등 저촉여부 △수문 조작 잘못으로 인한 홍수피해 △수 몰민 피해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5공 특위가 조만간 마무리지어야 할「미제」사건은 전남도 집기은폐사건과 전 전 대통령부부의 출국금지요청 묵살문제.
야당 쪽은 이를 이용해 최대한의 정치공세를 벌이겠다는 작전이다.
특히 전남도지사공관 집기은폐사건은『6공화국이 5공 비리를 비호하려는 게 입증됐다』고 공세를 취할 호재라고 보고 물고 늘어지고 민정당도 자칫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단호한 방침을 보일 계획.
전남도지사공관사건 4당 조사반보고서는 집기은폐가『특위조사활동을 방해하려 한 것』이라고 규정해 일단 고의성은 인정. 야당 쪽은 이 사건 배후에 고위층 지시가 있다며 문창수 지사 등 책임자의 인책·고발에서「신실세」인 이춘구 내무장관에게까지 책임을 비화시킬 작전.
야당 측은 이 내무장관을 출석시켜 이 사건을 현정권의 은폐기도라고 몰아갈 속셈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민정당도 이를 눈치채고 관계자에 대한 엄중 문책·징계위회부까지 주장하면서도 문책범위는 과잉 충성한 하위공무원으로 좁힐 생각.
민정당 측은『도지사도 모르고 있었다』고 계속「엄호」하고 있는데 강성의 이 내무장관을 특위에 내보내 따질 것은 같이 따진다는 생각.
이밖에 전 전 대통령부부 출국금지요청 묵살 건으로 야당 측은 다음 전체회의에서 정해창 법무장관 출석을 결정하면서 한바탕 판을 벌일 작정이다. <허남진·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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