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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김창선 일행, 제3의 호텔 점검 김정은 숙소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진입로에 1일 경찰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진입로에 1일 경찰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의 플러턴 호텔. 1일(현지시간) 오전 호텔 프런트에 관련 내용을 묻자 “김창선이란 이름의 투숙객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프런트의 직원은 그러면서도 “12일 전후로 스위트룸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객실을 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숙소인 플러턴 호텔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호텔은 지하보도를 통해 싱가포르의 유명 관광지인 플러턴과 마리나 베이와 연결돼 있다. 각국 취재진이 북한 대표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호텔 구석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찰도 곳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플러턴 호텔과 같이 출입구가 많은 건물은 보통 경호에 불리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혀 움직임이 없던 김창선은 오후 3시 40분쯤(현지시간) 갑자기 차량을 타고 호텔을 떠났다. 행선지는 싱가포르의 또 다른 특급 호텔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이었다. 김창선 등 북한 일행은 이 호텔을 꼼꼼히 살핀 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현지 소식통은 “세인트 레지나 호텔은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을 때 묶었던 숙소”라며 “플러튼보다 경호상 더 유리한 만큼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로 점검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카펠라 호텔에 들러 실무회의를 가졌다. 이때마다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면서 언론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그러나 1일은 오전 내내 호텔을 떠나지 않으며 본국의 지시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탄 차량이 싱가포르의 플러튼 호텔을 나서자 취재진이 달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탄 차량이 싱가포르의 플러튼 호텔을 나서자 취재진이 달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미국 대표팀의 숙소인 카펠라 호텔은 싱가포르 본섬과 다리로 연결된 센토사 섬에 있는 고급 호텔이다. 식민지 시대 영국군 병영을 개조해 만들었다. 근처에 골프장도 있어 골프를 즐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향에 맞다.

지난달 30일 김창선이 골프 카트를 타고 호텔 부지 안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일본 NHK에 의해 포착된 뒤 기자들이 진을 쳤다. 현재 이 호텔의 유일한 통로인 왕복 2차로 도로는 현지 경찰에 의해 통제된 상태다. 이 호텔 경비 관계자는 “현재 중요한 개인 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언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바깥으로 나가는 도로가 하나 뿐인 섬에 있다는 점에서 역시 경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도로가 차단될 경우에 대비해 바다와 공중으로 빠져 나가는 수단까지 준비를 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이 회담장소중 하나로 꼽은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이철재 기자

싱가포르 현지 언론이 회담장소중 하나로 꼽은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이철재 기자

현지 유력 일간지인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샹그릴라 호텔이 회담장 후보지라고 보도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장으로 쓰였던 장소다.

샹그릴라 호텔은 이날부터 3일까지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열려 싱가포르 경찰이 엄중하게 지키고 있다. 장갑차와 특수부대가 호텔에 배치됐고, 모든 출입차량은 철저한 검색을 받는다.

이 신문은 또 북ㆍ미 정상이 각각 플러턴 호텔과 카펠라 호텔에 캠프를 차릴 경우 양측 숙소를 오가면서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추정도 내놨다. 반면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가 유력한 회담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샹그릴라 대화의 주요 이슈에는 미·중 관계의 현안인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함께 북ㆍ미 정상회담이 새롭게 떠오를 전망이다. 회의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일 ‘북한 위기 완화 방안’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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