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가는 김정은 친서, 비핵화 의지 어디까지 담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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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받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아든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전달하는 친서는 북ㆍ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의 하이라이트다. 판문점ㆍ뉴욕ㆍ싱가포르에서 열린 실무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2월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에서 파란색 파일의 앞쪽에 음각으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 이라고 쓰여진 파일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2월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에서 파란색 파일의 앞쪽에 음각으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 이라고 쓰여진 파일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으로부터 친서가 내게 전달될 것”이라며 “그 친서의 내용이 어떨지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서의 내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알지 못하지만 매우 긍정적인(positive)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근거로 “(실무협상과 관련된) 만남들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은 뒤 북ㆍ미 정상회담의 날짜를 확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의 친서엔 북ㆍ미 회담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들어있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위급이 주고받는 친서의 특성상 상징적 문구가 담기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친서는 지금까지 김정은이 말해왔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내용을 재확인할 것으로 본다”면서 “동시에 미국과 적대관계 해소를 목표로 협상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문구가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저녁(현지시간) 맨해튼 고층빌딩에서 환영만찬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에게 창밖의 뉴욕 스카이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국 국무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저녁(현지시간) 맨해튼 고층빌딩에서 환영만찬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에게 창밖의 뉴욕 스카이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국 국무부 제공]

김정은이 앞서 31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만나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밝힌 게 사실상 친서 내용을 요약했다는 시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쓸지는 미지수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강조했던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문구로건 직접 전한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 친서의 형식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 2월10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빠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김여정은 직접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와 그 안에서 파란색 서류 파일을 꺼내 본인 앞에 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징하는 금박의 엠블럼이 박혀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는 글자로 음각으로 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은 이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면서 “(친서 내용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이 친서를 읽어내려갔으나 이후 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들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만남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2000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이후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북한 고위급 인사가 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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