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과 언어를 정선하는 노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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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작품만 보고 뽑으려니 시조가 한 지방으로 몰렸다. 시조의 단수(단수)는 가장 짧은 완전한 시 형태다. 작품이 길어지면 말수가 헤퍼지고 군소리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반면 짧으면 짧을수록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말수가 적어지고 군소리가 없어지자면 압축이 뒤따라야 하고 언어를 정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탄력이 나오고 압축미가 나오게 된다.
또한 예서 시조의 품격이 나오고 또 묘미가 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실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힘을 이 같은 단수에서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새 촉을 바라보며』는 난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인생을 본다. 그만큼 의젓하고 안정감이 가는 시조다. 품위도 품위려니와 종강의 처리가 빼어나다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수준이었다.『풍경』은 느긋한 관조가 마음을 끈다.
그러면서도 진부하지가않다. 조급하지 않은 시의 발상과 전개가 별 것 아닌 것을 시가 되게 요리하고 있다.
『바탕』또한 아무렇지도 않을 듯한 사물에서 시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작자는 자기가 가야할 여정과 대비시키고있어 의미를 던지고있다.<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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