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하면 석촌호수로…” 말했던 박종진, 배현진에 단일화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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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바른미래당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가 1일 야권 단일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30분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야권단일화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면서다.

바른미래당 송파을 박종진 후보가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위원장 불출마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송파을 박종진 후보가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위원장 불출마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야권단일화에 대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다. 오전 9시 20분쯤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10시40분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판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취지로 읽혔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박 후보는 “당 지도부 등 여러 분들이 우려를 표해와 좀 더 고민을 한 후 단일화 제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단일화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당 지도부와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후보 간 단일화라 할지라도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며 당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을 진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송파을 당내 갈등을 겪고 공천이 정리된 곳인데 공식 선거 운동 시작 이틀 만에 이렇게 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송파을 재선거 단일화 관련해서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며 “단일화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일화를 인위적 정략적으로 한다는 건 생각을 안 해봤다”고도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박 후보를 공천하며 심각한 당내 갈등을 겪었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측은 경쟁력을 이유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의 전략 공천을 요구했고, 유승민 대표 측은 원칙대로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박 후보의 공천을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25일 손 위원장이 불출마 의사를 재차 밝히며 일단락됐다. 손 위원장은 유 대표가 박 후보 공천에 대한 원칙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본 후 출마의사를 접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당내 여론이 손 위원장에게 공천을 주는 쪽이 우세했지만, 유 대표 측이 원칙을 강조해 결국 손 위원장이 양보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박 후보가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단일화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유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 아니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후보 말대로 제가 3등 성적표를 받는다면 석촌호수에 뛰어 들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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