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바른미래당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가 1일 야권 단일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30분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야권단일화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면서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야권단일화에 대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다. 오전 9시 20분쯤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10시40분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판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취지로 읽혔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박 후보는 “당 지도부 등 여러 분들이 우려를 표해와 좀 더 고민을 한 후 단일화 제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단일화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당 지도부와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후보 간 단일화라 할지라도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며 당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을 진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송파을 당내 갈등을 겪고 공천이 정리된 곳인데 공식 선거 운동 시작 이틀 만에 이렇게 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송파을 재선거 단일화 관련해서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며 “단일화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일화를 인위적 정략적으로 한다는 건 생각을 안 해봤다”고도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박 후보를 공천하며 심각한 당내 갈등을 겪었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측은 경쟁력을 이유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의 전략 공천을 요구했고, 유승민 대표 측은 원칙대로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박 후보의 공천을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25일 손 위원장이 불출마 의사를 재차 밝히며 일단락됐다. 손 위원장은 유 대표가 박 후보 공천에 대한 원칙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본 후 출마의사를 접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당내 여론이 손 위원장에게 공천을 주는 쪽이 우세했지만, 유 대표 측이 원칙을 강조해 결국 손 위원장이 양보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박 후보가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단일화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유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 아니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후보 말대로 제가 3등 성적표를 받는다면 석촌호수에 뛰어 들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