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후 2년이 넘으면 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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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52)

신혼부터 남편은 술만 먹으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처음에는 술주정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깨서 울면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에 아이가 놀라서 더 크게 울면 어린아이에게 손찌검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그러는 사람인데 제게는 오죽 심하게 했겠어요.

술만 먹으면 아이와 저에게 폭행을 일삼는 남편을 보고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중앙포토]

술만 먹으면 아이와 저에게 폭행을 일삼는 남편을 보고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중앙포토]

저는 저녁마다 남편이 술을 먹지 않고 들어오게 해달라고 매번 기도했습니다. 술만 먹지 않으면 남편은 꽤 좋은 사람입니다. 회사에서 일 열심히 하고, 자상한 면도 있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가 나중에는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참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건강상 이유로 먹던 술도 끊는다고 하는데 남편은 오히려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이가 크면서 아이에게 체벌하지는 못하고 대신 제게 고함을 지르고 폭언을 합니다.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벌어 온다고 집에서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옆집, 윗집, 아랫집 사는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대학교에 갈 때까지는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지지난해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남편이 그러자고 하더군요.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아이도 제가 키우며 살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아파트를 팔아서 반으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저와 아이 아빠가 함께 절약하고 모아서 마련한 것이고, 유일하게 가치가 있는 재산입니다.

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받고 남편은 이혼신고를 하더니 본가로 이사했습니다. 아이가 아직 고등학생이라서 돈 쓸 곳이 많지만 남편이 주는 양육비와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제가 버는 돈으로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뜻 이혼에 동의하고 제가 원하는 대로 아이도 제가 키우게 해주고 계속 살던 아파트에서 살게 해준 남편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제 이야기를 듣던 동료가 그 아파트 누구 명의로 되어 있냐고 묻더니 빨리 재산분할 소송을 하라고 합니다. 이혼한 후 2년이 넘으면 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다면서요. 벌써 이혼한 지 1년 반이 되어가고 있어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2년이 훌쩍 넘죠. 제 직장동료 말대로 재판을 시작해야 하나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우선 민법은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의 경우 협의이혼이 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가정법원에 아이 아빠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한다면 기간이 지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당사자 사이에 협의했다면 재산분할을 구할 수 없겠죠. 협의이혼하면서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파트를 팔아서 반씩 나누기로 약속한 것은 법이 예정하는 재산분할의 협의입니다.

따라서 사례자의 경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도 아이 아빠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 아빠를 상대로 약속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해도 가능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당사자 사이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청구라서 그렇습니다.

협의이혼을 할 때 약속했던 내용을 증명할 자료가 남아 있으면 2년이 지난 후에도 재산분할이 가능하다.[중앙포토]

협의이혼을 할 때 약속했던 내용을 증명할 자료가 남아 있으면 2년이 지난 후에도 재산분할이 가능하다.[중앙포토]

중요한 것은 사례자가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협의이혼을 하면서 그런 내용의 서면을 작성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료가 없다면 입증 부족으로 사례자가 패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협의이혼 한 날로부터 2년 안에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재산분할의 협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다시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재산분할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그래서 협의이혼을 하면서 바로 재산분할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재산분할과 관련한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을 받기도 합니다. 공증했다고 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협의의 존재를 명확하게 밝혀주기 때문에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하기가 좀 더 쉽겠죠. 참고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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