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역풍에 열린우리 '경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열린우리당이 폭로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파티'의혹이 과장됐다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한 가운데 17일 오전 정동영 의장과 최위원들이 선거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며 발표한 이명박 시장의 '별장 파티' 의혹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여당의 발표 내용 중 도대체 뭐가 경악스러운 일이냐"는 여론에 열린우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제 표현이 무슨 예고를 한 것처럼 비춰진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요 인사의 비리가 확인됐는데, 다음주 중 발표하면 국민이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고 했던 14일 발언이 지나쳤음을 시인한 것이다. 공천헌금 파동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은 이날 정동영 의장과 김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 왜 김 대표가 나섰나=당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체육학 교수 출신의 안민석 의원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의혹사건을 집중 조사했다. 안 의원은 체육계 인연으로 6일 선병석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을 만났다. 선씨는 안 의원에게 이 시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야기하며 그 증거로 2003년 10월 가평 별장에서의 파티(이 시장 측 표현으론 '전원주택에서의 테니스 동호인 모임')를 언급했다. 30대 중반의 대학 성악과 강사를 포함, 5명의 여성이 자리를 함께하며 여흥을 즐겼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안 의원은 선씨의 발언이면 꺼져가는 이 시장 논란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미모의 여성들과 밴드까지 불러 여흥을 즐겼다고 하니 더 캐내면 도덕적으로 불미스러운 일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11일엔 현장 답사까지 했다. 그는 당초 13일로 예정된 자신의 대정부 질문 때 이 문제를 폭로할 생각으로 김 원내대표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좀 더 확인 작업을 거치라"고 지시한 김 대표는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의 보고를 "경악할 만한 사안"으로 격상시켜 발표했다. 뚜렷한 근거 없이'오버'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이야기를 전해듣고 충격적이라 생각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의 중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선씨가 안 의원에게 상당히 오해가 있도록 말한 측면이 있고, 김 대표도 안 의원의 보고를 들은 뒤 이 시장의 부도덕한 처신을 지나치게 확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를 가지고 더욱 시간을 끌다가는 정말 언론의 뭇매를 맞을 거란 생각이 들어 16일 서둘러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당서도 "서툴렀다"=서울의 재선 의원은 "우리가 서툴러 역풍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만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이나 수사기관의 검증을 통해 사실 관계가 드러나면 그때 가서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했어야 순서가 맞았다"고 했다. 호남출신 초선 의원은 "너무 성급했고, 작심하고 발표한 내용치고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 안민석(사진) 의원은=1963년생. 열린우리당 내 대표적 체육계 인사.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거쳐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17대 총선에서 경기 오산에서 당선됐으며, 현재 당 체육발전 특위위원장 겸 당의장 대표실 부실장이다. 체육계에 지인이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