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증시 '이중 바닥' 깔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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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주가 급등락 등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줄면서 선진 증시처럼 안정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간 국내 증시는 신흥 증시 중에서도 워낙 급등락이 심해 '널뛰기' ' 청룡열차'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였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가 확 달궈졌다 금세 식는 '냄비 증시'에서 천천히 달궈진 뒤 오래가는 '가마솥 증시'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펀드 등 간접투자 비중이 커진게 가장 큰 이유다. 2000년 정보기술(IT)붐 등 과거 급등장세마다 반짝 등장했던 '거품'도 크게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줄어든 변동성=3~4년 전만 해도 국내 증시는 고점을 찍은뒤 조정을 받으면 10~20%가량 급락하기 일쑤였다. 2004년 4월 조정장세의 경우 이른바 '차이나 쇼크(중국의 긴축 경제정책 우려)'까지 겹치면서 지수가 무려 22%나 급락했다. 그러나 이런 불안한 모습은 지수가 네자리수대에 안착한 지난해부터 점차 누그러졌다.

올해 1월 중순에도 코스피 지수는 직전 최고점(1421.79) 찍은뒤 급락해 46거래일 동안 지루한 조정을 받았지만 하락 폭은 마이너스 8.7%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2003년 이후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특히 우량 종목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줄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위원은 "일부 대형종목이 지수 상승을 이끌던 과거와는 시장이 크게 달라졌다"며 "저평가돼온 옐로칩(우량주는 아니지만 괜찮은 실적으로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간접투자 전략도 보다 장기화하는 등 증시 체질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투신운용 인덱스운용본부 홍융기 과장은 "펀드 투자도 공격적인 액티브(active)펀드 보다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인덱스펀드(패시브 펀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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