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못받은 보험금 9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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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30일 서울에 사는 정모씨는 집앞 골목길에서 차를 세워두고 있었다. 이때 후진하던 차량이 정씨의 차를 보지 못하고 조수석 문짝을 들이받았다. 정씨는 나흘간 차량을 수리했다. 그동안 정씨는 불편을 감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정씨는 우연히 한 소비자단체를 통해 이런 경우 렌터카 요금의 20%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해자의 보험사에 보험금을 요청했다. 그때서야 보험사는 렌터카 요금의 20%를 정씨에게 제공했다.

이처럼 상대방 차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약관상의 보상금 지급기준을 알지 못해 받지 못하는 보험금이 많다.

최근 보험서비스회사와 보험 관련 소비자단체들이 잇따라 '빠뜨리기 쉬운 보험금'을 챙길 것을 권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교통사고 때 누락된 보험금'이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50만 건, 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 1인당 18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러한 보험금을 받으려면 상대방 과실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 보험사에 직접 보험금을 요청하면 된다. 또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보험금을 보험사에 공동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제대로 받지 못한 보험금 찾아주기 운동을 벌인다고 17일 밝혔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소비자연맹 홈페이지(www.kicf.org)를 통해 보험금 누락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민원을 내면 보험소비자연맹은 해당 보험사에 보험금을 공동 청구할 계획이다. 상대방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대체비용, 렌터카 요금, 휴차료, 시세하락 손해 등이 발생했으나 보험사의 누락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대상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만약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불법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10년 이내, 이 사실을 안 지 3년 이내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빠뜨리기 쉬운 대표적 보험금으로는 렌터카 요금이 꼽힌다. 피해 운전자는 차를 수리하는 동안 렌터카 요금(피해 자동차와 동일한 차량 기준)이나 교통비(렌터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렌터카 요금의 20%)를 받아야 한다. 파손된 정도에 따라 차를 빌리는 기간이 달라지지만 최장 30일까지 가능하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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