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할 만한 비리' 여야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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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6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깨끗한 선거 실천 대책회의'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정동영 의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한나라당 충북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대회가 16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유효투표 수 2321표 가운데 62%를 얻어 후보로 확정된 정우택 후보(가운데)가 김진호(오른쪽), 한대수씨와 함께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N-POOL중부매일=김용수 기자

열린우리당이 16일 제기한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 관련 비리 의혹을 놓고 여야가 진흙탕 싸움에 빠졌다. 열린우리당은 이 시장이 '황제 테니스' 논란 당시 핵심 인물이던 선병석 전 시울시테니스협회장과 '별장 파티'를 함께했을 만큼 특수관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일었을 때 그와의 친분 관계를 부인했었다.

한나라당과 당사자들은 "여당의 공작 정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시장 측은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폭로 기자회견을 한 안민석 의원과 우상호 대변인 등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김덕룡.박성범 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폭로전, 그리고 17일부터 열리는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겹치면서 여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대치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 "선 전 회장에게서 직접 들었다"=열린우리당이 제기한 의혹은 이 시장이 '황제 테니스' 논란 당시 핵심 인물이던 선 전 회장과 특수관계임에도 이를 은폐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법률구조위원인 안 의원은 폭로 내용의 출처에 대해 "6일 선병석 전 회장과 다섯 시간 동안 만나 직접 들은 얘기"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 시장이 참석한 별장 파티는 2003년 10월 경기도 가평군 소재 별장에서 이뤄졌으며 참석자에는 수 명의 여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은 여흥을 즐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별장은 이 시장을 비롯한 7명의 현대 고위 간부 출신 공동 소유로, 등기부상 소유주는 이 시장의 처남인 김모씨와 현대 계열사 출신 6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당 당직자들은 이 시장 측과 한나라당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발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제기한 의혹이 과연 경악스러운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경악이라는 단어가 주는 함의가 복잡하고 다기해 우리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발표를 왜 저렇게 하지.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줘야지…"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박 시장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해 "박 시장이 뭘 받았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당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경악할 만한 비리'를 예고한 이후 당이 구체적 검증을 소홀히 한 채 너무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 역공 나선 한나라당=한나라당은 '무책임한 허위 폭로극이며 구시대적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지방선거를 비열한 폭로전으로 몰고가려 한다"며 역공을 폈다.

이계진 대변인은 "2002년 대선 당시 저질러졌던 김대업 사기극의 연장선상에 있는 추악한 폭로전의 극치"라고 목청을 높였다. 당 지도부는 김한길 원내대표 등의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당사자인 이 시장은 "공당인 집권여당이 이럴 수 있느냐"며 "국민을 또 속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별장 파티' 운운하는 것은 허위이고 시대착오적 공작 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7월께 선 전 회장이 참여하던 테니스 동호인 모임의 수련회에 이 시장이 참석, 참석자들이 집에서 준비해 간 음식으로 함께 식사하고 다음날 아침 테니스를 친 게 전부"라며 "장소도 별장이 아닌 이 시장 처남 소유의 25평짜리 전원주택"이라고 반박했다.

울산시장 후보로 재출마하는 박맹우 시장 측은 "흘러다니는 설을 어떻게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확인도 없이 언론에 공개해 현역 시장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느냐"며 "이번 의혹은 오래전부터 나온 설들로 이미 해명했거나 근거 없는 것으로 판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박 시장의 지역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 곧바로 자체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여당이 비리 의혹 추가 공개 가능성을 흘리자 이르면 17일 중 자체 조사한 공천 비리 의혹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병건.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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