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나 논의의 진전은 전혀 없고,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직면한 남북 두 정상의 당혹감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모호한 내용 외에는 북핵 폐기 관련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이 감상적인 겉모습만으로 냉혹한 한반도의 현실을 덮을 수는 없다.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 과정을 보다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라며 “진실이 순간이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을 구해주기 위한 김정은의 배려”라고도 평가했다.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던 문 대통령과 북핵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던 김 위원장이 동시에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데드록(deadlockㆍ교착상태)에 처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 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연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어제 갑자기 문 대통령이 또 쇼를 시작했다”며 “30년 이상 내려온 북핵 문제를 한바탕 쇼로 정리하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지방선거용이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 쇼로 밝혀져도 그때는 이미 선거가 끝나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밀실 회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도 야당도 모르게 '깜깜이 회담'을 진행한 것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남북관계가 특수한 상황이라도 정상적인 프로세스로 국민적 동의와 지지 속에 정상회담은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이런 식의 깜짝쇼 형태로 김 위원장과의 파트너십에 집중한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에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소속의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 역시 "비록 짧은 두시간 남짓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북측으로) 들어가면서 군통수권 이양이라는 기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며 "이 나라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부재 중인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다"고 했다.
다만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위장 평화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수위조절에 신경 쓴 모양새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홍 대표는 “저와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남북 정상의 만남을 환영한다"며 "특히 미·북 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풀기 위해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 나눈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북한식 표현인 ‘조미(朝美)정상회담’을 쓴 것도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26일 통일각에서 김 위원장에게 “조미 정상회담이라는 아주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북미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등의 표현을 써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가서는 그쪽 언어를 써주는 게 통상적인 예우”라며 “김 위원장도 4월에 남측에 내려와서 우리식 언어를 써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실수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니면 그게 본심”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달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긍정적 평가를 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핵 폐기 의지 확인을 환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격식 없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평가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격식 없이 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의 튼튼한 징검다리가 됐다”고 논평했다.
안효성·김준영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