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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한은과 Fed, 각각 제 길을 간다

중앙일보

입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한 발 짝 더 멀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6개월 연속 동결 #미 Fed, 다음달 금리 인상 강력 시사 #정책금리 역전 폭과 기간 확대될 듯 #‘긴축 발작’ 앓는 신흥국 위기가 변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은 다음달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강력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두 나라 중앙은행이 제 갈 길을 가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도 더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에서 “설비 투자가 다소 둔화했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뒤 6개월 연속 동결이다. 7월 인상 가능성을 가늠하게 할 소수의견도 등장하지 않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이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다고는 했지만 물가와 수출, 고용 등 각종 경제 지표는 밝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를 기록했지만 올들어 물가상승률은 1%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수출은 1.5% 감소했다. 취업자수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전년 동월 대비) 10만명대 증가에 그치며 ‘고용 쇼크’ 상태에 빠졌다.

 한국은행도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 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가계빚 증가세도 주춤해지면서 금리 인상의 명분이 약해졌다. 여기에 최근 경기 침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져 금리 인상론에는 힘이 실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7월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하반기 들어 경기가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예상된 경로를 따라 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5월 의사록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면 다음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2~13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3.9%를 기록하며 1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물가상승률도 2%에 근접하는 등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경기 침체 등에 대비해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통화 정책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ed가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면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연 1.5~1.75%다. 0.25%포인트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연 1.75~2.0%가 된다. 금리 상단으로 따지면 한국 기준금리보다 0.5%포인트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관심은 한국과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정도다. 미국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Fed가 금리 인상의 고삐를 세게 당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Fed는 의사록에서 물가가 오르더라도 기존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ed는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가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더라도 일정 정도의 오버슈팅은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와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해 요동치는 신흥국 시장의 불안은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흥국의 금융 위기는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물론 Fed의 행보를 바꿀 변수도 있다. 지난달부터 빠른 속도로 오르는 시장 금리다.

 물가 오름세에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펼치는 적자 재정 정책으로 인해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장기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초 연 3.1%까지 치솟았다.

 2년물 국채금리도 연 2.5%를 훌쩍 넘었다. 시장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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