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샅바싸움」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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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란이 유엔의 이라크와의 휴전결의안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지 3주일이 다 되도록 양측의 직접협상여부에 대한 입씨름만 오갈뿐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지 않고 있다.
중재에 나서고 있는 「케야르」유엔사무총장이 5일 다시『이란·이라크 양측이 직접협상에 동의했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이는 아직까지는 그의 제안이 즉각적인 반대에 부닥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된 희망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쟁점이 되고있는 것은 휴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양측이 직접협상을 벌이자는 것은 이라크의 주장이고, 우선 유엔결의안에 따라 휴전을 실시해야 직접협상에 응하겠다는 것은 이란의 주장이다.
이라크가 직접협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현재 군사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라크도 한때 지금의 이란처럼 유엔의 휴전결의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했었다.
지난해 7월20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598호를 먼저 수락한 것은 이라크였다. 당시 이라크는 전황이 매우 불리, 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안보리 결의안은 이라크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리한 입장에 있던 이란은 이라크를 침략자로 규정해줄 것을 유엔에 요구, 결의안수락을 거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입장이 뒤바뀌어 전세가 눌리한 입장에 있는 이란이 안보리결의안수락을 표방하고 나섰다.
따라서 이라크로서는 이란의 결의안 수락이 과연 종전을 원하는 것인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사실 안보리 결의안 제598호는 당시 전세가 우세했던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이란에 유리한 조항이 많았다. 특히 전쟁책임을 조사하는 중립적 특별위원회 구성조항은 이라크로선 상당히 불리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전세가 유리한 상황에 있는 이라크는 기왕의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협상이 아니라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라크로 하여금 ▲양측간 직접협상 ▲샤트알 아랍수로 항행의 안전보장 ▲호르무즈해협 자유항행 등 새로운 조건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케야르」사무총장은 이라크에 대해 종전협상에 즉각 응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그동안 이라크의 스폰서역할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그리고 아랍의 맹주격인 이집트에 이라크를 설득해 주도록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와함께 「케야르」사무총장은 이라크의 화학무기사용을 비난하는 유엔보고서를 발표, 이라크에 국제적·외교적 고립감을 느끼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협상에 응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케야르」사무총장이 택하는 유엔에 의한 종전선언이 법리적으로는 합치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전쟁당사자중 어느 한쪽의 참여없는 종전협상이란 무의미하며, 또 설령 이라크가 유엔방식을 따른다해도 양자간 해결해야할 문제는 산적해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문제는 국경설정 문제다. 안보리 결의 제598호에는 국경선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국경선이라고 하고있으나, 현재 전세가 이라크에 유리한 상태에서 어떠한 국경선으로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원유의 보물섬」이라 일컫는 마즈눈도와 이라크의 페르샤 출구인 포반도, 그리고 샤트 알 아랍수도 등 전략적으로 이해가 상충되는 지역의 귀속문제는 극히 까다로운 것들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전쟁을 끝내야겠다는 희망이 절실하기 때문에 5일「케야르」사무총장이 제안했다는 휴전일 발표와 함께 양측이 직접협상에 대좌하라는 타협안에 동의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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