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루킹, 김경수가 센다이 총영사 제안했지만 창피해서 못 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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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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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경남지사 후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49·구속 기소)씨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 추천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드루킹 측 주장이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오사카 총영사 추천 외에 인사 제안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측근 “드루킹·비파, 텔레그램 상의 #한직이라 당사자에 안 알리고 거절” #경찰, 텔레그램 대화 내역 확보 #김경수 측은 “제안한 적 없어”

22일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12월 김 전 의원이 드루킹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관련 제안을 하자 드루킹이 측근인 장심건(40·변호사시험 5기) 변호사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상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드루킹과 장 변호사 간 텔레그램 대화 중에 “김 전 의원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지만 ‘한직(閑職)’이라 창피해서 (오사카 총영사직 낙점이 무산된) 도모 변호사에게 차마 말할 수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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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는 오사카 영사에 비하면 협소한 자리이고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와 인접해 있어 외교부에서도 기피지역이라는 것이다. 이에 장 변호사가 “그냥 도 변호사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드루킹은 김 전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드루킹이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내에서 ‘비파’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의 경찰·검찰 수사 단계에서 드루킹 등을 변호하다가 사임했다. 현재는 드루킹의 이혼 소송을 맡고 있다.

앞서 드루킹 김씨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경공모 핵심 회원인 도 변호사를 김 전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직에 추천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전 의원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추천 내용을 전달했지만 도 변호사가 외교 경험이 없어 거절 답변을 받자 그해 11월 드루킹에게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드루킹 김씨 주장은 다르다. 드루킹은 “지난해 12월 28일 김 전 의원이 직접 전화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지만 7개월간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고 옥중 편지를 통해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는 가운데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김씨의 텔레그램 대화내역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의 텔레그램 내용과 관련된 건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드루킹 김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 변호사가 올해 3월 21일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경찰이 김씨의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한 날이다. 김씨 측은 “도 변호사가 이날 오전 10시쯤 청와대에서 ‘면접을 보자’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주일 뒤 백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도 변호사를 만났다. 청와대는 “김 전 의원을 협박한 데 대한 진상조사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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