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자 "한국 합류 못해 안타까워···가능성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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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외신 취재진을 배웅나온 노동신문 베이징 특파원(왼쪽). 그는 이날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풍계리 외신 취재진을 배웅나온 노동신문 베이징 특파원(왼쪽). 그는 이날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참관을 위해 외신기자단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통해 원산으로 향한 가운데, 이날 공항에 나온 북한 노동신문 기자가 한국 취재진이 합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오전 한국 취재진을 제외한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통해 원산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는 원종혁 북한 노동신문 베이징 특파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 취재진이 기자단에 합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남측 기자들이 참가해주면 나도 얼마나 좋겠냐. 나도 같은 기자로서 (안타깝다), 나도 신문사 기자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원 기자는 개인 의견임을 밝히면서 "(폐쇄 행사) 날짜도 23∼25일이고 날씨를 보고 하기 때문에 지금 이 비행기에 못 탄다고 해도 내일이든 (한국 기자가 갈) 가능성은 있다"면서 "우리 원수님께서 문재인 대통령하고 회담했고, 좋은 합의를 이뤘다. 우리로서는 조선 반도의 큰 행사가 아니겠냐"고 한국 취재진의 극적인 참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 취재진이 극적으로 행사에 참석하게 될 경우 "육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며 별도의 교통수단 이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원 기자는 취재진이 원산으로 바로 가느냐는 질문에는 "바로 여기 베이징에서 원산으로 직접 가는 것"이라며 "나는 베이징 주재다. 외신 기자들이 간 데서 확인하러 왔다"고 밝혔다.

원 기자는 취재진이 방사능에 피폭되거나 할 위험이 없느냐고 묻자 "아마 방사능은 문제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호복도 입히지 않고 세워 놓겠느냐"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취재진에 1인당 1만 달러의 비자비 등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나도 모른다"며 대답을 피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국제기자단이 탑승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국제기자단이 탑승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이날 공항에서 만난 외신기자단은 북한에서 사증과 취재비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피(fee)는 없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외신기자도 "160달러를 사전에 냈고, 평소 출장비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북한은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한다며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5일에는 이와 관련한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와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정작 명단 접수를 거부했다.

한국 정부는 22일 판문점 개시 통화를 통해 한국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접수를 받지 않았고, 한국 기자단의 방북은 일단 무산됐다.

지금까지 파악된 풍계리 취재 참석 언론사는  미국 매체인 AP, CNN·CBS방송, 인터넷 매체인 Vice와 영국 뉴스채널 스카이뉴스, 영상 전문 매체인 aptn, 러시아 타스 통신과 방송사인 러시아 투데이, 중국 신화통신, 중앙(CC)TV 등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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