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천재' 한국을 재기 무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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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KPGA 투어에 뛰어든 타이 트라이언이 1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KPGA 제공]

천재의 흔적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2001년 17세의 나이로 미국 PGA 투어 최연소 카드를 획득, '골프 천재'로 불렸던 타이 트라이언(22.미국)이 한국에 왔다. 그는 13일 제주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투어 스카이힐 오픈 1라운드에서 4오버파로 부진했다. 마음먹으면 300야드 넘게 내지르는 힘은 여전했지만 아이언샷의 정확성이 떨어졌고 까다로운 그린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트라이언은 '2001년 판 미셸 위'다. 고교생으로 PGA 투어 B. C. 오픈에 출전, 1라운드에서 65타를 쳐 공동 선두에 올랐다. 당시 미국 골프계는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을 새로운 천재가 나타났다고 들썩였다. 17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트라이언은 우즈는 물론 유럽의 신동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애덤 스콧(호주)보다 앞서 있었다. 트라이언은 11세부터 스윙코치.체력코치.심리학자를 두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트라이언은 2003년 PGA 투어 21회 출전에 컷 통과 4회, 2004년 22회 출전에 컷 통과 6회로 부진했다. 결국 PGA 투어에서 밀려났고 변방 투어를 돌다 지난 2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코리안투어 Q스쿨에 합격했다.

5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은 머리에 쓴 캘러웨이 모자뿐인 것 같았다. 앳되지만 당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던 그의 모습은 5년간의 풍파에 깎여 나갔다. PGA 투어 카드는 잃었고 한때 팬들로 북적거리던 그의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5년 전 푸른 눈의 모델 겸 골퍼와 공개 데이트를 하던 그는 지금은 3살 연상의 한국계 여자친구와 함께 골프장에 나왔다. 트라이언은 "최연소 기록 등으로 자만했던 것 같다. 프로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여자친구로 인해 한국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골프 무대를 통해 PGA 투어로 복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한편 대회에서는 윤대영(31)이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5언더파로 1라운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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